국회가 공직선거법 부칙에서 정한 지난해 11월 13일까지, 나아가 2014년 10월 30일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시한인 지난 연말까지도 입법에 실패하는 바람에 공직선거법 별표1의 국회의원 선거구는 올해부터 전부 효력을 상실하여 선거구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한국 법치의 공백이자 헌정체제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법해석으로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은 모두 선거법위반이 되었지만, 대검찰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궁여지책으로 선거법위반으로 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공식 발표가 있었으니 나중에 예비후보자들이 사전선거운동죄로 고발 되더라도 법률의 착오로 인정되어 불기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국회가 입법을 할 때부터 시한을 정한 법규정을 스스로 어기게 되는 예외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미리 예상하여 그러한 사태가 발생한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를 미리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상 예산안 의결기한(12월 2일)이 엄연히 있음에도 국회가 이를 어기는 경우가 빈발하자 국회법에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를 신설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였던 것은 좋은 예이다. 선거구의 경우, 예컨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이 정한 시한 내에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관련 상임위원장 의견에 따라 직권상정을 바로 할 수 있게 한다거나, 국회가 법이 정한 일정시한까지 입법을 하지 못하면 즉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이나 대통령령으로 선거구를 정하여 공포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등의 절차 규정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법률과 헌재 결정에서 정한 시한 내에 선거구 획정 법률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책임은 물론 전적으로 국회에 있지만, 헌재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입법시한을 정할 때에도 국회가 입법시한을 어기는 만약의 경우를 상정하여 결정 주문(主文)을 보다 정치하게 정해줄 필요가 있다. 일반 행정법이나 형사처벌 규정의 경우에는 헌재가 입법시한을 정하고 그 시한이 지나면 그 조문이 실효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지만, 이번 선거구 문제와 같이 헌재가 정한 입법시한이 지나면 기존의 선거구 제도와 질서가 사라지는 등 헌정체제의 공백 사태가 생기는 경우에는 헌재가 입법시한을 정함에 있어 종전과는 전혀 다른 창의적인 주문을 내주는 방향의 검토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대법관·헌법재판관 등의 임기 만료 후에 후임자 임명이 늦어져서 재판부 구성이 되지 않는 등으로 사법 공백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현행법상 이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의 공백을 어떻게 할지 세밀하게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 법률신문 2016년 1월 11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