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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너의 혀를 굽히지 않는 것 - 최진석

상앙은 위(衛)나라 왕의 서자로 태어났으나 등용되지 못하자 또 다른 위(魏)나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도 실패하자, 당시 인재를 적극적으로 초빙하기 시작한 진(秦)나라로 건너가 등용되어 당시 왕인 효공의 신임하에 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런데 상앙이 변법에 나서면서 마주친 가장 큰 문제는 백성들이 국가의 정책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한 상앙은 하나의 묘책을 낸다. 성의 남문에 석 자 길이의 장대를 세워 놓고 방을 붙였다. ‘이 장대를 북문으로 옮겨 세운 자에게는 황금 열 덩어리를 상으로 준다!’ 방을 보고도 누구 하나 믿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상앙은 상금을 다섯 배로 올렸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장대를 북문으로 옮겨 세웠다. 상앙은 즉시 황금 50덩어리를 상으로 준다. 자기가 한 ‘말(言)’을 그대로 지켜 국가의 ‘신뢰’를 회복한다. 장대를 옮겨 세우는 하찮은 일로 국가의 신뢰를 얻었다. 말을 살린 것이다. 

 

신뢰는 근본적으로 말에 대한 신뢰다. 특히 정치는 모두 말로 이뤄진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말을 주로 하는 연설가라는 뜻의 ‘레토르(rhetor)’가 정치가라는 뜻으로 통용되었을 정도로 정치와 말은 서로 포함관계에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가 개혁의 성공 여부는 말에 대한 신뢰가 좌우한다. 적어도 정치인은 국민에게 원칙이라고 공표한 말만큼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

 

-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교수), 동아일보 2017년 7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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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70701/85147503/1#csidx39e677379c807748d7c83375d75af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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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17-07-04

조회수10,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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