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망한 것은 나라에 인재가 없고 백성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회가 없고 시간이 없어서 망한 것도 아니다. 동도서기(東道西器)를 주창하는 개화파 인사들이나, 위정척사(衛正斥邪)를 고집하는 수구파 인사들이나, 보국안민(輔國安民)을 내세우고 폐정개혁을 부르짖는 동학도들마저도 각자 주장은 달랐지만, 나라를 위하는 의기와 열정은 한결같았다. 그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고 다듬어서 국정의 방향을 바로 세울 큰 그릇이 없었다. 문명의 흐름이 바뀌는 역사적 전환기에 나라의 흥망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결단력을 지닌 국가지도력이 없어서 조선이 망한 것이다.
- 조영길, 자주국방의 길(플래닛미디어), 4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