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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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법조인들에게 전하는 편지

너희 둘(‘로 약칭)은 곧 변호사가 되는구나. 참으로 근사하고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너는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네 도움을 구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겠지. 네 앞에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은 많다.

로스쿨에선 법의 기본개념과 분석하는 사고법을 배웠고, 앞으로는 실무를 통해 사건을 이해하고 해결해가는 기술을 배워나가야 한다. 그건 네가 평생에 걸쳐 배워야 할 것들이다. 나라고 뭐든 다 알고 대답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변호사와 판사에게 있어 법을 배우는 일에 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도전과 실수로 점철되었던 나의 지난날을 통해 깨달은 것들이 조금 있으니 그걸 너와 나누고 싶구나.

 

변호사임을 자랑스럽게

변호사를 소재로 한 얄궂은 농담과 조롱이 얼마나 많은지. 고백하건대, 나도 그런 조크에 때로는 맞장구치기도, 때로는 따라 웃기도 했었다. 하지만 넌 그러지 말거라. 지난 수 백 년 동안 법조인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아 왔다. 변호사들이 인종차별의 폐지와 사회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음을 잊지 말아라. 변호사를 적대하고 증오해왔던 자 역시 법에 의한 권리 보호가 필요할 땐 제일 먼저 변호사를 찾을 것이다.

 

의뢰인에게 언제나 진실을

좋지 않은 일이 생기거든 즉시 의뢰인에게 알려라. 나 역시 변호사시절,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깜빡한 후 이를 의뢰인에게 말하는 것이 미안하여 며칠을 그냥 보낸 적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행 상황을 의뢰인에게 알리는 것이 더 힘들어졌고, 그렇게 1~2주가 흐르자 이제는 왜 전화를 늦게 했는지까지 변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더 이상 연락할 수가 없었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대충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에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고 넘어가려는 생각일랑 하지 말아라. 즉시 전화하면 의뢰인도 이해해주기 쉽다.

 

법원에는 진실을 말해라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판사 앞에 솔직히 시인해라. “판사님, 우리 주장에 대한 논거가 충분치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 주장 중 몇몇은 증거가 충분치 못할지라도, 아래 다섯 가지 주장에 대한 증거는 보시는 바와 같이 명백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너는 판사의 무한한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다른 이로부터 배워라

일을 하는 동안 동료로서 또는 상대로서 수많은 변호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뛰어날 것이고, 누군가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들 중 정말 부족하다 싶었던 이들이 때로는 예측하지 못했던 논쟁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일에 있어서는 모두 저마다의 개성과 스타일이 있다. 그러니 절대 배우는 자세를 잃지 말아라.

 

황금률을 따라라

상대 변호사 : 물론 그들은 무대 위의 적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좋게 대해서 해가 될 건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얻게 될 잠재적 이익이 훨씬 많다. 그들은 네가 법정에서 마주칠 사람들이고 다음에라도 좋은 정보처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상대 변호사로부터 후에 수많은 조언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원하는 당장의 모든 요청을 수락하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네 의뢰인에게 별다른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다만 1주일의 기일연기를 요청하는 상대 변호사가 있다면 그 정도의 호의는 두말없이 베풀라는 뜻이다.

사무실 직원 : 나 역시 변호사시절 직원에게 무례하게 대했던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너는 그러지 말거라. 그들 역시 존중받아야 할 대상임을 잊지 말아라. 그들은 네 팀의 일원이며 함께 수고를 마다않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함부로 대하면 너 역시 팀 내에서 알게 모르게 왕따가 되어 있을 것이다.

법원 직원 : 법원 직원은 판사와 직접 연계되어 있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무례하게 대하여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적시에 기록해라

모든 변호사들은 time sheet을 작성한다. 물론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매일매일 그날의 time sheet을 작성하는 것은 미루지 말거라. 나 역시 2주나 지나서 한꺼번에 time sheet을 작성한 적이 많았다. 고백하건대 그건 가짜였다. 2주나 지나서 어떻게 제대로 된 time sheet을 쓸 수 있겠니. 더 나아가 그건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이었다.

 

실수로부터 배워라

누구나 일을 망쳐버릴 때가 있다. 너도 마찬가지다. 허둥거릴 때도, 기한을 넘길 때도, 너무 많이 물어야 할 때도, 이의신청을 놓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지만, 실은 실수가 주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한 번쯤 깊이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긴 근본 이유는? 너무 바쁜가? 마음을 뺏기는 다른 심란한 일이 있나? 전반적으로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인가? 이처럼 실수는 그 밑에 깔려 있는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단다.

 

의뢰인과 늘 소통해라

이것이야말로 사건의 악화를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많은 변호사들은 사건이 좋지 않게 흘러갈 때 의뢰인에게 전화하는 걸 극히 꺼린다. 고충처리위원이었던 지난 4년의 경험에 의하면, 접수된 민원의 절반은 변호사들로부터 적시에 전화만 있었어도 피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해 그때그때 의뢰인에게 알려라. 상소 및 피상소에 대한 진행상황 역시 물론이다. 그렇게만 해도 의뢰인들은 매우 고마워할 것이다.

 

길게 보아라

이건 긴 게임이다. 가로질러 갈 지름길은 절대 없다. 부적절한 서류가 있다면 오픈해라. 거짓말을 일삼는 의뢰인이 있다면 손을 떼라. 네 양심에 반하는 일에는 타협하지 말거라.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진실이다. 법조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긴 마라톤임을 명심해라.

그리고 일기를 써라. 나도 일기를 썼어야 했는데. 네가 겪게 될 인생의 수많은 상흔들, 시간이 흘러 잊기 전에, 꼭 기록해라. 마지막으로 즐겁게 살아라. 변호사는 진심으로 최고의 직업이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판사를 권한다.

 

* 2010. 1.경 법률신문에 실린,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 지방법원 랜디 윌슨 판사의 <젊은 법조인들에게 전하는 편지>. 로펌의 어소변호사로 있는 아들 다니엘과 로스쿨 3년차인 딸 케이티에게 보낸 편지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차장이던 김민조 변호사가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나누고자 번역한 것. 이 편지는 20091222일 텍사스 로이어 신문에 게재된 후, 다음날 조회 수 1위에 랭크되는 등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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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15-09-01

조회수8,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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