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앞둔 1939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선택한 군인은 최고의 참모이자 바른 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조지 마셜(1880∼1959)이었다. 1945년까지 참모총장 직을 유지했다. 당시 육군은 833만명이나 되었다.
마셜은 소싯적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 공부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어 육사(웨스트포인트) 입학을 포기하고 버지니아 군사학원을 졸업한 후 1901년 당시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을 찾아가 특별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졸라서 소위가 된 다음 필리핀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다.
야전부대보다는 주로 교육과 참모 부서와 필리핀·프랑스·중국·캐나다 주둔군에서 근무했고, 승진도 엄청 늦었다. 1880년생 동갑내기 더글러스 맥아더가 1918년 38세에 최연소 장군이 되었는데, 마셜은 17년 늦게 1935년 55살에야 장군이 되었다. 주요보직을 보면 보병학교장, 참모차장보, 참모차장, 참모총장 등이다.
마셜은 사람을 보는 눈, 사안을 파악하는 능력(대인지능), 작전을 짜는 실무능력, 군대를 양성하는 행정력이 탁월했다. 자신의 소신과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탁월한 말솜씨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과 자신만의 스토리를 실천하는 방식 등에 탁월하여 사심 없는 성실한 군인으로 당파를 떠나 모두의 존경을 받았다.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가서는 메모 하나 없이 육군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의원들과 몇 시간을 문답할 정도로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항상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고수했다. “대통령 중에서도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 면에서 조지 마셜에 필적할 만한 대통령은 없었다.”
그 정도이니 루스벨트 대통령은 마셜에게 전시 육군참모총장직을 제의했다. 마셜은 이렇게 답했다.
“각하, 저는 생각한 바를 정확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종종 불쾌하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바른말 좀 하고 대들 테니 그래도 맡기겠는가 하는 반응이다. 육참총장이 되고도 그는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거리낌 없이 조언하기 위해서였다.
총장이 되고 몇 주가 되도록 부하 장교들이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는다고 꾸중을 했다(세종대왕도 그랬다). 마셜은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펼치는 장교를 좋아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내가 보기에 마셜도 대통령이 될 뻔했다. 1943년 11월 연합국은 오버로드 작전(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암호명)에 합의하고 총사령관은 미군이 맡기로 했다. 루스벨트는 마셜 총장과 열 살 어린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장군 중에서 선택하기로 하고 고민했다. 루스벨트는 마셜을 탁월한 참모로 곁에 두어야 하니 야전의 아이젠아워를 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마셜 총장에게 “오버로드작전 총사령관을 선택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마셜은 그 뜻을 바로 알고 “그건 군통수권자가 결정할 일입니다.”라고 하며, 얼마나 섭섭했던지 몇 시간 잠적하기도 했다.
루스벨트가 말했다. “당신이 미국 밖에 가가 있으면 나는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 같소.”
마셜은 물론 아이젠아워를 적극 도와 어버로드 작전을 성공시켰다. 처칠도 마셜이야말로 연합국 승리의 진정한 공헌자라고 평가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그 때 만약 마셜이 총사령관이 되었다면, 승전 후 대통령 자리는 아이젠아워가 아니라 마셜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여튼 전후에 마셜은 트루만 대통령에 의해 중국특사, 국무장관(1947-1949. 후임자가 애치슨라인을 그은 딘 애치슨이다), 국방장관(1950-1951. 그는 국방장관으로서 맥아더 해임에 반대했다)을 지냈다. 국무장관 때의 유럽지원정책을 ‘트루만플랜’이라고 하지 않고 ‘마셜플랜’이라고 명명한 걸 보면 마셜이 트루만보다 더 존경을 받았다는 얘기다.
1953년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1953년 아이젠아워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2세 대관식에 마셜을 특사로 파견했다. 노르망디 총사령관 자리를 자기가 차지하고 대통령까지 된 것이 마셜에게 미안해서 그랬을까? 마셜이 대관식장 웨스터민스터 사원을 걸어 들어갈 때 모두가 기립했다.
[조지 마셜 연보]
(Geoge C. Marshall : 1880∼1959)
1880 펜실베이니아주 출생
1901(21) 버지니아 군사학교 졸업
1902(22) 엘리자베스 카터와 결혼(1927 사망 후 재혼). 필리핀 주둔군 소위
1908(28) 기병학교와 육군참모대학 졸업
1917(37) 프랑스 원정군 소령
1925? 중국 텐진 보병15연대 파견
1930? 보병학교 교장
1933(53) 대령 진급-33사단 참모장, 밴쿠버 5여단장
1935(55) 준장 진급(1880년 동갑 더글러스 맥아더는 1918년에 최연소 준장)
1938(58) 참모차장보 및 참모차장
1939(59) 육군참모총장-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1943(63) 오버로드 작전(노르망디상륙작전) 총사령관을 놓고 10살 연하 아이젠아워와 경쟁
1944(64) 육군원수
1945(65) 육군참모총장 사직 후 중국 주재 특사 1년-트루만 대통령
1947(67) 국무장관(∼1949) 6월 하버드대학 연설-마셜 플랜
1950(70) 국방장관(∼1951)-맥아더 해임
1953(73) 영국 엘리자베스2세 대관식에 미국특사, 노벨평화상
1959(79) 육군병원에서 사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