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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용어] 포데모스(podemos) : "할 수 있다"는 뜻 - 스페인의 3당

스페인에서 창당한 지 2년도 안 된 대안정당 ‘포데모스’가 2015년 총선에서 69석을 얻어 단숨에 3대 정당에 뛰어올랐다.
지난 30여 년간 스페인을 좌지우지해온 우파 국민당과 좌파 사회노동당은 전체 350석 중 123석과 90석으로 추락했다.

스페인어로 ‘우린 할 수 있다’는 뜻인 포데모스(podemos)의 기초조직 단위는 지역구가 아니라 ‘시르쿨로스(서클)’라는 회비도 없는 오프라인 대중모임이다.
지역단위가 중심이지만 보육이나 농업, 또는 음악 같은 공동 관심사를 바탕으로 조직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서클 활동인 셈이다.
30~40명씩 모이기도 하고 300명이 넘는 곳도 있다.
현재 900개가 넘으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시르쿨로스들을 하나의 정치결사로 묶는 것은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다.
정책토론과 의견수렴은 물론 후보나 당 집행부 선출 역시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당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포데모스의 5대 목표인 공교육 개선, 부패 근절, 주거권 보장, 공공의료 개선, 가계부채 조정도 그렇게 채택됐다.

당 운영 자금도 시민 모금 방식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한다.
온라인 기반인 만큼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창당 100일 만에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데모스는 다른 정당이 200만 유로 넘게 쓰는 선거비용을 10만 유로로 줄였다.
그러고도 8%의 득표율을 올려 스페인에 할당된 54석 중 5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 표당 겨우 0.12유로(약 150원)가 든 셈이었다.

당 대회를 치를 때도 2만3000유로(약 3000만원)면 충분했다.
소속 의원들의 세비 역시 최저임금의 3~4배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당 사업 비용에 쓴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개별 모금도 진행한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가 바스크 분리주의 테러단체 ETA와 연관돼 있다는 국민당 고발에 대응하기 위해 3시간 만에 1만6000유로가 모이기도 했다.
수입지출 내역은 온라인 회계장부에 투명하게 공개된다.

27% 실업률로 대변되는 경제위기가 가장 큰 이유지만 이 같은 투명한 의사결정과 예산집행 과정으로 국민의 정치혐오를 극복한 것이 포데모스의 성공 원동력이다.
대학교수 출신인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정당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참여한다”고 단언한다. 포데모스가 풀뿌리 여론을 수렴해 정책결정으로 이끌어내는 미디어 정당을 자처한 것이다.

포데모스의 선거 구호는 “당신이 희망을 가지고 투표한 마지막은 언제인가?”다.
이 구호는 최근 몇 년간 한 번도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그들이 포데모스 지지자가 됐음은 물론이다.
우리도 희망을 가지고 투표한 마지막이 언제였던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런 변혁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도 포데모스(할 수 있다)!

[출처: 중앙일보 2016년 3월 30일자] [세상읽기] 우리도 포데모스! (이훈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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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16-04-01

조회수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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