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형법 제정 시부터 2010년 형법이 개정되기까지 반세기 동안 유기징역의 상한은 15년이었다. 살인죄를 예로 들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므로, 만약 유기징역형을 선택하였다면 징역 15년이 상한이다. 만약 징역 15년이 가볍다고 판단한다면 무기징역을 선택하게 된다. 가중 처벌하는 경우에는 징역 25년이 상한이었다.
그런데 국회는 2010년 의원입법으로 상한을 2배로 올리는 ‘원 포인트(one-point)’ 형법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15-25년’이 갑자기 ‘30-50년’으로 두 배로 높아졌다. 누범으로 가중 처벌되는 경우 이제 무려 징역 50년을 선고할 수 있다.
법관이 양형을 고민할 영역이 더 늘어났다. 징역 25-50년 사이, 무려 25년이라는 양형공간이 새로 생겨났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징역 30년, 35년, 40년, 45년, 50년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나이 50살 먹은 피고인에게 징역 50년이 무거울까, 무기징역이 무거울까? 법관은 고민이 아닐 수 없게 되었다.
당시 의원입법을 통한 형법 개정은 지금 생각해도 전격적이었다.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강력범죄가 빈발하였던 때였다. 법관의 양형이 국민의 엄벌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사실 의원입법의 괄목할 만한 증가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과거 행정부의 법률안을 통과시키기에 급급했던 통법부 시대는 끝났다. 대의제 하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 여론에 즉응하여 사회문제와 입법과제를 적기에 발굴하고 국민의 애로사항을 바로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심의과정이 신중하지 못하고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졸속·부실 입법이 생길 수 있다. 특정 이익에 편중된 처분적 입법도 흔히 볼 수 있다. 특별법·특례법의 남발도 문제다.
외국 입법례로 보거나, 종래 법원의 양형실무에 비추어 보거나, ‘징역 50년’ 입법은 과잉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형법학계에서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30년 이상의 징역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차피 무기징역형과 사형이 있으므로, 징역 50년은 행형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은 형의 상한이 없어 몇 백 년의 징역이 선고되는 나라이므로 논외로 치자. 다른 선진외국의 가중 상한을 보면 15년(독일), 20년(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대만), 24년(이탈리아), 30년(프랑스, 일본), 40년(스페인)이다. 우리나라의 ‘징역 50년’은 너무나 급진적이다. 옛 소련 연방 벨라루시가 50년이라는 말을 듣기는 하였다.
대한민국 형법은 ‘기본법’이어서 외국에 번역되어 나갈 터인데, 뭐라고 설명할지 난감하다. 과거에 극악 범죄가 발생하면 여론은 엄벌을 요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특별법·특례법을 통하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법정형을 높여왔다. 그런데 그 경우에도 ‘기본법’인 형법은 그대로 두고,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나 형사정책적 수요는 가중처벌 특별법·특례법으로 해결하였다. 징역 50년을 형법에 도입한 것은 그 동안 견지해왔던 ‘전략적 이중성’의 지혜를 포기한 것이다. 너무 쉽게 기본법을 건드리는 바람에 국격이 손상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입법 과정에서 국가이익·국민이익이 부분이익·특수이익에게 자리를 내준다면, 이는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격이다. 우리나라가 선진법치국가를 지향하는 이상, ‘기본법’은 국격에 맞게 일국의 법률로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법률신문 2013. 10. 24.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