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로 가는 길
법치와 반(反)부패

1949년생의 무로타니 가츠미. 1980년대 지지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대표적인 혐한(嫌韓) 일본인이다. 『오한론(惡韓論)』, 『매한론(呆韓論)』의 저자다. 그가 지난해 7월 26일 ‘한국선침몰고(韓國船沈沒考)’라고 부제를 단 문고판 『THIS IS KOREA』를 냈다. 세월호 참사 100여일 만에 그 직접적 원인과 사회문화적 배경 및 원인(遠因)을 분석했다.
야유조의 한국 비판은 정말 신랄하다. 우리의 약점을 후벼 파듯이 하여 아프다. 그러나 혐한파가 어떤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지를 그들의 눈을 통해 본다는 것은 싫지만 해야만 될 일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것은 겸허히 수용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외부 비판을 경청하고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는 것도 지혜다. 우리의 문제점이 드러나야 해법이 나오는 법이다. 변독위약(變毒爲藥), 독을 변화시켜 약으로 쓰자는 말이다.
그는 한국의 각종 부조리와 대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빨리빨리 문화’를 들고 있다. 이는 바로 ‘적당히’ 내지 ‘괜찮아요’ 문화인데,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가장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한국에는 책임자가 먼저 도망가는, 이른바 ‘책임자 선도(先逃)’의 전통이 있다고 꼬집는다. 아픈 지적이다. 한국전쟁 때 대통령이 서울 사수 발언을 한 후에 먼저 피난 가버린 일, 고려 때 몽고의 침입을 받고 왕이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천도한 일, 임진왜란 때 선조의 몽진, 세월호 선장과 책임자 유병언이 도주한 일을 예로 들고 있다.
그는 ‘현장 무시·멸시’를 지적한다. 그는 한민족이 땀 흘리고 손을 더럽히는 일을 ‘하인이 할 일’이라고 멸시하는 양반 지배와 관존민비의 나쁜 전통을 가진 민족이라고 분석하면서, 해경 경무관 이상 14명 중 함정 근무 경력자가 절반도 안 되었던 것도 지적한다. 공무원, 군대, 기업에서도 현장은 경시되고 있다.
그는 ‘멸공봉사’(滅公奉私)와 일상적인 독직(瀆職) 구조가 한국사회의 지배문화라고 꼬집는다. 각종 관피아가 그 예라고 한다. 그는 ‘준법정신의 고양’과 ‘오직(汚職)과 괜찮아요 문화의 일소(一掃)’를 대책으로 제안하고 있다. ‘법치와 반(反)부패’는 우리 법조계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우리는 부족한 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다. 너무 자학하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어떠한 역경에서도 희망의 장막을 활짝 열어젖힐 만큼 위대하다. 절망과 신음 속에서 희망의 샘물을 길어 올리고 혼돈과 어둠 속에서 질서와 빛을 찾아낼 만큼 지혜롭다. 임진왜란, 한국전쟁, 1997년 IMF 위기를 극복하였다.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지만 거기서 추락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희망의 날개를 달고 다함께 비상(飛翔)해야 할 때다. 누가 뭐라 해도 천시(天時)와 지리(地理)는 우리 편이라 믿는다. 긍정의 힘을 믿고 역사와 미래의 창을 함께 열어 갈 때다. (법률신문 2015. 2. 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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