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로 가는 길
상고법원 논의에 돌파구는 없나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고법원 관련 법률안의 처리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상고법원 설치방안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나 마찬가지인데, 과반수 국회의원이 발의에 참여하였으면서도 법률안 처리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동안 법사위가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김영란법 심의에 전념하느라 상고법원안이 뒷전으로 밀린 탓도 있다.
법무부·검찰 및 청와대 쪽에서 광의의 정부조직에 속하는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법률안이 정부법률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데 대한 다소의 반감이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 상고법원판사가 대부분의 상고사건을 처리하는 결과가 되고, 대법원장의 인사권만 확대된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어 상고법원안에 흔쾌히 찬성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 결과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적극 나서지 않아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의 정치일정상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특위 활동이 시작되면 국회의 관심이 선거제도의 개선과 선거구 획정 등에 집중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어렵다. 게다가 지난 달 새로 취임한 하창우 대한변협회장마저 상고법원의 위헌성을 거론하며 브레이크를 걸고 있어 형편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사법부가 상고법원안 발의시 국회의원들에게 법안 발의에 동참해달라고 설득한 것이 부적절한 로비로 비쳐져 비판을 받았는데, 앞으로 상고법원안을 관철하기 위해 사법부가 다른 부분에서 정치권에 타협 내지 양보를 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에 저해되는 일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정한 시한을 정해서 그때까지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사법부로서는 그것을 국민의 뜻으로 여기고 상고법원안을 포기하겠다는 배수진을 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대법원의 상고법원안은 사실은 현실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상고허가제가 원칙적인 모습이지만 국민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상고법원안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 소송절차에 관하여는 그 절차를 직접 진행하고 소송운영의 노하우를 가진 사법부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조속히 공청회를 개최하여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사건은 현재도 심리불속행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듯이 형사공판사건은 상고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관할하는 방안, 상고법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방안, 상고법원의 위헌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헌법 제102조 제2항 단서(대법원에 대법관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에 따라 상고법원과 동일한 효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대법원판사제를 도입하거나 상고법원을 별도로 두지 않고 대법원 상고부 형식으로 두는 방안, 상고법원 설치시 대법관을 축소하는 방안 등의 대안이나 타협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1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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