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로 가는 길
재판의 방영과 ‘열린 법정’, 더 확대하자

대법원은 지난 달 21일 사법사상 최초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전과정을 방송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여 내외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2년 1월 초 재판의 생중계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처음 언급한 후 불과 1년 만에 생중계를 전격 실시한 것이다.
공개변론조차 꺼리는 권위적인 모습의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여성종중원’ 사건에서 처음 연 것이 2003년 12월이다. 그 동안 대법원의 공개변론은 중요사건에 대해 소송당사자의 변론을 듣고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 다음 재판부가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법원 공개변론이 시행된 지 10년도 안 되어 이제 대법원이 방영 내지 생중계까지 허가한 것은 외국의 예에 비추어 보더라도 혁명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국민과의 소통과 투명한 재판을 중시하는 대법원장의 사법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난 28일에는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이태종 부장판사)가 연세대 로스쿨의 ‘캠퍼스 열린 법정’에서 실제 사건을 재판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법원조직법 제56조 제2항에 근거하여 법원 외의 장소에서 개정한 것이다. 소송당사자가 동의하고 사안의 내용이 적합하다면, ‘열린 법정’은 미래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을 찾아가 재판실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교육적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킬 만하다.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이해는 공개와 참여와 소통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법원 외 장소에서의 개정 및 재판의 방영으로 인하여 법관이 영향을 받는다거나 소송관계인의 이익이 크게 침해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제도는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실심 법원 변론의 생중계도 이제 시도해 보아야 한다.
법원은 헌법적 문제나 국가·사회의 정책적인 문제 등 사회적 중요 쟁점 사안에 대한 공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사회갈등을 융화하고 법치주의의 심화를 선도하여야 한다. 대법원이 3만 건 이상의 개개 사건을 잘 처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쟁점 사건을 잘 선별하여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은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왕 생중계를 한다면, 중요한 것은 공개변론을 하고 생중계를 할 만한 의미 있는 사건을 제대로 발굴해내는 일이다. (201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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