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로 가는 길
형사소송절차 법정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형사소송절차법정주의 원칙상 형사소송법에는 위임규정이 없다. 2011년에 신설된 형소법 제196조 제3항 제2문은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 것은 체계상 맞지 않다.
형사절차는 반드시 법률에 의하여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하여질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형사절차법정주의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2조 제1항의 법치국가원리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피고인의 유·무죄와 양형을 심리·판단하는 형사공판은 당연히 전국적으로 통일된 법정절차 즉 형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소송지휘권의 행사도 법에 정해진 절차 범위 내에서 재판장이 할 수 있는 뿐이다. 재판부마다 재판진행의 절차가 들쭉날쭉하여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고 재판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 재판진행은 공정한 재판의 이념에 일치하도록 적정절차에 따라야 한다.
피해자에게 법정진술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형소법 제294조의2가 그 진술은 증인신문 방식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증인으로 채택한 후 선서하게 한 후 신문하여야 하는 것이지, 그냥 방청석에서 진술하도록 해서는 무의미한 절차일 뿐이다. 반대로, 법정진술권이 없고 증인도 아닌 방청인에게는 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진술기회를 부여할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범죄피해자도 아닌 비상대책위 위원장에게 법정에서 발언기회를 준다거나, 피고인을 극히 미워하거나 옹호하는 방청인에게 발언기회를 준들 이를 공판조서에 기재할 수도 없다. 형사재판에서는 공판조서에 기재하지도 못하는 절차진행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절차진행은 반대편 당사자(피고인 또는 검사)에 대한 관계에서 공정한 재판이 아니다.
소송절차법정주의는 법정에서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재판부에 접수되는 각종 서면에 대한 절차적 적법성도 세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검사가 공판정에서 제출하였다면 피고인의 부동의로 증거능력이 없어 소송기록에 편철될 수 없는 서류를 결심 후 참고자료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고, 피고인을 비난하거나 근거 없는 사실로 음해하는 탄원서나 진정서가 무차별적으로 접수되어 소송기록에 편철되고 재판부가 그러한 서류를 통해 모종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공판정에서 엄격한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서류로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은 소송기록에 편철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한 서류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통일적인 절차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201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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