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6일 발표한 ‘2014년 법관평가 결과’는 사상 최대인 무려 5,783건의 법관평가서를 종합한 것이다. 변호사단체의 법관평가에 대해서는 그 동안 공정성이나 평가참가자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고 본다. 법정을 돌아다니며 많은 재판을 지켜볼 기회를 가진 전문가가 변호사이다. 그들 중 5인 이상이 특정 법관에 대해 공통적으로 평가한 내용이라면 객관성과 신뢰성도 담보된다. 사법행정당국은 이제 법관평가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인사와 사무분담에 적극 반영하고, 연임 심사에 참고해야 한다. 부적격자는 솎아내야 한다.
법관평가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법관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문제 법관의 재판진행 태도와 발언을 보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법원에 도전하는 것이냐?” “공무원 새끼들은 하여튼...” “에이, 저런 사람이 무슨 공인중개사를 한다고,” “넥타이를 똑바로 매고 와서 재판해야 될 것 아니냐.” “이런 소송 왜 하느냐?” “그냥 놔두었더니 신 났네.” 등이 그 예다. 소송당사자나 증인에게 면박을 주는 등의 부적절한 언행과 더불어, 무리한 조정 강요와 예측 불가능한 재판 진행도 지적되었다. 아직도 그런 법관이 있나 할 정도로 실망감을 감출 길 없고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이런 일부의 잘못된 행태야말로 시체발로 원님재판 식의 ‘갑질’이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사법행정당국이 재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을 제대로 파악해야 대책이 나온다.
재판당사자가 법관에게 바라는 것은 물론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이다. 그에 못지않게 재판과정도 중요하다. 소송당사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잘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짜증내지 않고, 말을 끝까지 잘 들어주고, 품위와 예절 바른 태도로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등의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감동한다. 실기(失機)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사회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사법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공적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법관이 기댈 곳은 국민의 신뢰다. 다수가 쌓은 신뢰를 잃는 데는 단 1분도 안 걸린다. 재판은 법을 다루기 이전에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법관이 단순한 법기술자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 전문가’여야 하는 이유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갖춘 절제된 인격자로서,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와 인간에 대한 역지사지의 이해심과 겸손함으로 무장된 성숙한 인품을 갖춰야 재판당사자의 신뢰를 얻는다. 일선 법관의 분발을 촉구한다. (2015.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