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직회부의 법리
1. 입법취지
“법률안, 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소관사항이다(국회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아목). 국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면법사위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관한 심사’를 거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국회법 제86조 제1항).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제도는 제2대 국회에서 도입되었다. 법률안은 상위규범인 헌법에 위배되지 않고, 기존의 다른 법률과 모순되지 않으며, 법률의 용어도 제·개정된 내용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되어야 한다. 법률안에 대한 체계 심사를 통해 위헌 여부, 다른 법률과의 관계, 내부 조항 간의 충돌 유무 등을 심사하는 것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어디까지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한정되므로 법사위는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 된다(제86조 제5항). 법사위는 원칙적으로 법률안의 내용까지 심사할 수는 없으나, 법률안의 내용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타법과 상충·저촉될 때에는 국가법체계의 통일·조화를 위하여 내용 또한 체계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본회의 직회부 제도
그런데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법률안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하여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국회의장에게 그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하고, 간사의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위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제86조 제3항). 이것이 본회의 직회부 제도다.
법사위에 회부된 지 60일이 지난 법률안에 대하여 해당 위원회가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라, ‘법사위가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은 법률안에 대하여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번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헌법재판소 2023헌라2)는 바로 이 쟁점에 관한 것이다. 최근에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재의결에서 부결된 바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본회의 직회부를 했던 건이다.
한편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법률안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의결하면 국회의장은 해당 법률안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고, 상임위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의 건’을 부의·상정하여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제86조 제4항).
3. 방송3법의 경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2022. 11. 29.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각 이사회 구성과 사장 임명제청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및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의 찬성으로 단독 의결하였다. 이 법률안은 2022. 12. 1. 과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었고,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안건조정 신청을 함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렸다. 2022. 12. 1. 과방위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 소속 위원 3인(위원장 조승래, 윤영찬 위원, 정필모 위원)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박완주 위원 1인의 찬성(국민의힘 소속 박성중, 윤두현 위원은 퇴장)으로 조정안이 위 소위원회의 대안대로 의결되었다.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2022. 12. 2.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되어 법사위에 회부되었다.
법사위는 2023. 1. 16.자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2023. 2. 22.자 법사위 제2소위원회에서 심사를 하는 등 심사를 계속하던 중인데, 과방위는 ‘법사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60일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2023. 3. 21.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위원 3/5 이상 찬성으로 가결하였다.
전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22. 12. 28.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의결하고 국회의장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의 건’을 본회의에 상정하여 의결한 바 있는데, 그 당시에는 법사위에서 아무런 심사도 하지 않은 채 60일이 경과하였었다.
타 위원회 소관 법률안에 대해서는 법사위 제2소위원회를 통해 체계·자구 심사를 하며, 대개 소위에서는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논의를 이어간다. 방송3법 외에도 법사위에서 여·야 이견으로 60일 이상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법률안이 대다수이다. ‘법사위 회부 이후 60일이 지난 법률안’에 대하여는 그 60일 기간 경과의 이유를 따지지도 않은 채, 현재 심사 중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각 상임위가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의결할 수 있게 된다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기능은 형해화할 것이고, 국회법 제86조 제1항의 입법취지 자체가 몰각될 것이다. (2023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