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23헌라3 노란봉투법 권한쟁의 변론문- 2023년 8월 22일

이미 변론을 종결한 방송3관련 2023헌라2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과 쟁점이 동일합니다만, 이 사건 법률안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파급력은 사실 방송3법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노사문제의 근간을 건드리는 중요한 입법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근본적인 노동개혁과는 거리가 먼, 거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아주 편파적인 입법입니다.

이 사건 법률안의 내용을 먼저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사용자 범위의 확대입니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안 제2호 제2호 후단 신설),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이 가능해집니다.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 개념에 관한 대법원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법률가의 눈으로 보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이라는 문언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습니다

   둘째는 노동쟁의의 대상 확대입니다.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즉 이익분쟁에서 더 나아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즉 권리분쟁으로 확대하자는 것입니다(안 제2조 제5호 전단 개정). 그렇게 되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나 단체협약 불이행에 대해서도 쟁의가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구 노동쟁의조정법으로 돌아간 것으로서 노사간 자율 교섭을 통해 분쟁을 조기 해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지만, 법적 구제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을 쟁의행위를 통해 해결하도록 함으로써 노사갈등 비용이 증가하고 불필요한 쟁의행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론도 있습니다

   셋째로 쟁의행위 관련 공동불법행위에서 배상의무자별 개별 책임을 묻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일명 노란봉투법입니다.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입니다(안 제3조 제2항 신설). 특별법을 통하여 노동3권 보호를 위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액 보전방법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지만, 불법행위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현행 민법 제760조 제1항의 손해배상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비교법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가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민법 제760조 제2항은 수인의 행위 중 어느 자의 행위가 그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대로 하면 사실상 입증책임이 전환된다는 반대론이 있습니다

   넷째로, 신원보증인 책임 제한입니다.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입니다(안 제3조 제3항 신설). 이런 예외를 왜 두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헌법·민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입법이라는 점, 현행 노동조합법의 다른 조항 및 관련 제도 전반과의 정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 노사관계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들어 개정안 전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개진하였습니다. 민법과 신원보증법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노란봉투법 부분에 대해, 위법한 노조활동으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민법 체계 및 형평과 정의에 반한다고 하여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작 이 사건 법률안을 재판규범으로 삼아 구체적인 사건에서 적용할 사법부의 법원행정처는 국회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하여 사실상 의견개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법률안의 심사 경위를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2022

11. 17. 환노위,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공청회

11. 30.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와의 합의 없이 표결로써 안건 상정

         -12/7, 12/26 법안심사소위

2023

2. 15.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위원회

       -정부측 반대에도 위원회대안 의결(5:3)

2. 17. 환노위 안건조정위원회(4:2) 15(1)

        -민주당 이학영(=위원장이수진(전용기, 정의당 이은주, 국민의힘 임이자·김형동

        -12건의 법률안, 1건의 청원 및 법률안(대안) 13건을 일괄상정

        -임이자·김형동 위원이 회의공개요구 의사진행발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

        -토론 없이 위 대안을 바로 조정안으로 의결

2. 21. 환노위(위원장: 민주당 전해철) (2)

        -12건의 법률안, 1건의 청원 및 법률안(대안) 13건을 일괄상정

        -토론도 없이 거수 표결법사위 회부

3. 27. 법사위 전체회의(4)

       -회부일부터 35

       -상정안건 78건 중 26항으로 상정하여 전문위원 보고 받고, 노동부차관 상대로 여·야 토론(150)

       -조정훈 위원, ‘2소위에 회부해서 위헌 여부, 다른 법률과의 정합성을 아주 세세하게 논의해야 한다. 본회의 직회부는 안 된다고 발언

       -법사위원장이 법무부, 법원행정처, 법제처 관계자를 출석시켜서 전체회의에서 계속 논의하자고 하여 속행

4. 26. 법사위 전체회의(5)

       -상정안건 71건 중 71항으로 상정하여 체계정합성 심사를 계속하려고 하였으나 즉시 의결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퇴장하여 심사 무산

       -고용노동부차관, 법원행정처차장, 법제처장,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출석했으나 문답 못함

5. 24. 환노위,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상정 및 단독가결

       -국회법 제86조 제3항 단서

5. 30. 국민의힘 법사위원 6, 5/25자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가처분 신청

6. 30. 국회 본회의, 본회의부의의 건 가결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서 정한 이유 없이, 바로 정당한 사유가 없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입니다. 정당한 사유의 유무를 불문하고 법사위 회부 60일이 경과하면 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목적과 기능,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제도의 입법취지 및 위 제도가 헌법과 국회법을 비롯한 전체 국가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그 동안 국회 입법과정의 관행, 다른 법률안들에 대한 법사위의 심사 경위와 관행, 당해 법률안의 내용과 중요성, 당해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의 필요성과 그 정도 및 그에 대한 심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기간 등을 비롯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법사위 제2소위에 계류 중인 다수의 법률안을 보면 60일 이상 동안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법률안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법률안의 신속처리가 필요하면 국회법 제85조의2의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 트랙 제도를 활용하면 됩니다. 패스트 트랙에 올리면 이유 유무를 불문하고 법사위 심사기간이 90일입니다.

이 사건과 같이 적어도 법률안에 헌법적 및 법체계상 문제점이 실제로 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체계심사를 계속 하고 있는 중일 때에는 본회의 직회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 법률안은 형식적으로 보면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노동조합법 일부를 개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법률안 내용이 모두 재판규범에 대한 것이어서 법사위 고유 법안이나 진배없는 내용입니다. 형사처벌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법사위의 체계심사가 더욱 더 필요합니다. 법사위 전체회의 또는 제2소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만이 아니라 민법의 소관부처인 법무부, 법제처, 그리고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전문가를 불러놓고 하나하나 따지고 토론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입니다. 법사위가 그런 절차를 거치려고 했으나 다수당의 퇴장으로 무산되었고, 이렇게 본회의에 직회부되고 말았습니다.

이상 말씀 드린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법률안은 법사위가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심사를 마치지 않은 법률안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법사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60일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2023. 5. 24.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가결·선포하였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2023. 6. 30.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의 건을 가결·선포하였습니다. 이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법사위원인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따라서 청구취지와 같이 각 심의표결권 침해의 확인과 각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 결정을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23-08-22

조회수6,999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인가

판문점선언은 국회의 비준동의, 국무회의의 비준심의 및 대통령의 최종 비준이 요구되는 남북합의서인가?아니면 남북영수 간의 정치적 선언인 그냥 공동코뮤니케인가?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일반적인 남북합의서는,회담대표나 특별사절의 서명, 국회 비준동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의 비준, 공포 등의...순서로 진행되는데,이번 판문점선언은 이를 국무회의 ..

Date 2018.05.11  by 황정근

무능한 적장은 그대로 두는 것이 유리하다

●무능한 적장은 그대로 두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 독립전쟁 때의 얘기다.헨리 리가 대륙군 조지 워싱턴 총사령관(미국 초대 대통령)에게 영국군 헨리 클린턴 사령관 납치 작전을 건의했다.당시 클린턴 장군은 뉴욕 브로드웨이 저택에 본부를 두고 매일 오후 정자에서 낮잠을 잤다....헨리 리의 작전계획은 허드슨 강의 썰물 때 병사 몇 명을 보내 클린턴을 생포하자는 아이디..

Date 2018.05.11  by 황정근

법률서비스산업 진흥원

●법률서비스산업 진흥원 미국 320조, 영국 50조, 독일 28조, 프랑스 22조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입니다....우리나라의 유사법률직종인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행정사, 공인노무사, 손해사정인, 공인중개사 등등의 시장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파이를 더 키워야 합니다.요즘 세대 변호사들은 영어를 잘 하므로 특히 해외시장에서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Date 2018.05.11  by 황정근

서울지하철 타기

<서울지하철 타기>   2004년 변호사가 된 후 11년 동안 에쿠스 뒷자리에 타고 다니다가 2015년 두 번째 에쿠스를 처분하고 지하철 3호선의 도곡역-경복궁역을 오가며 출퇴근을 한 지 어언 3년이 되었다.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 6-7천보 정도 되니 그나마 생활운동의 효과도 있다.세계최대의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2016년 전 세계 국..

Date 2018.05.08  by 황정근

'단계적 동시적 조치'에 대하여

<“단계적·동시적 조치”?>   김정은이 중국 가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조건으로 한 비핵화 방안을 밝혔습니다.김정은이 요구할 조치 리스트는, 불가침선언이나 4NO선언(북한붕괴, 정권교체, 흡수통일, 침공 안한다는 약속),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재완화, 경제지원, 체제보장, 평화협정, 북미수교, 미군철수 등등이 있겠군요.우리가 요구할 단계적 조치..

Date 2018.05.08  by 황정근

국정의 중심은 국무회의

<국정의 중심은 국무회의>1980년대 지지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적이 있는 반한(反韓) 인사 무로타니 가츠미의 문고판 <THIS IS KOREA>(산케이신문출판)는, 세월호 참사의 사회문화적 배경 즉 원인(遠因)과 이를 기화로 분출한 한국의 사회갈등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한국의 약점을 파고든 책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대통령 수석비서관이 장관을 능가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

Date 2018.05.08  by 황정근

3억원짜리 스포츠카가 업무용?

출근하여 신문을 읽다가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해서 몇 자 적습니다.법인세법이 개정되어 2016년부터 법인소유 차의 연간 감가상각 한도는 800만원으로 제한되었고, 차량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해 1,000만원 이상을 비용 처리하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 그런데도 고가 스포츠카의 법인 등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작년에 아우디 고성능 스포츠카 R8 2억 4,90..

Date 2018.03.08  by 황정근

법률가가 바라본 ‘비핵화 조건’의 해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북특사단에게 말하기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법률가로서 나의 관심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법률용어 해석에 관한 대법원판례는 이렇다.“법령 자체에 그 법령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

Date 2018.03.08  by 황정근

지천명이란 무엇인가

<知天命>나이 50을 지천명이라 한다.왕재가 아닌 바에야 어찌 천명을 알 수 있겠는가?지천명이라는 것은 50이 되어 감히 천명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자랑이 결코 아닐 것이다.50살 쯤 되어서는 이제 사회적으로는 나름의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고, 한 인간으로서는 나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리라.지천명의 나이에는 이제 인생..

Date 2017.11.22  by 황정근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의 교훈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의 교훈> 당시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김연철, <협상의 전략>, 휴머니스트, 2016., 49-71면 참조)... ➀ 미국, 소련 코 앞 터키에 핵미사일 기지 건설➁ 소련, 미국 코 앞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 건설 : 상응조치 미국, 쿠바 핵미사일 방치도 선제공격도 아닌, 제3의 대안 ‘해상봉쇄’로 맛대응하며 비밀 협상.미국-소련, 소규모..

Date 2017.10.09  by 황정근

확장억제

<확장억제>영어 ‘extended deterrence’를 흔히 ‘확장억제’라고 번역하는데, 너무 직역이어서 감이 잘 안 잡힌다. 미국의 동맹국에게 핵공격을 위협하거나 핵능력을 과시하려 들 때 미국의 전쟁억지력을 동맹국에 확장하여 제공한다는 뜻이니, ‘전쟁억지력 확장’이 보다 정확하다.여기서 영어 deterrence(抑止)는 ‘겁먹게 하다’는 뜻의 라틴어 ‘terrere’에서 유래하였다고 ..

Date 2017.10.09  by 황정근

<영장 갈등에 대한 해법>

영장 기각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법조경력 32년차 심관이 보기에, 이것은 국민들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영장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너무 사이가 좋으면, 그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아닐까.... 영장 갈등은 수사절차에서 피의자 구속의 목적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대 범죄 투쟁을 강조하는 입장과 법치국가적 형사..

Date 2017.09.09  by 황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