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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권한대행은 대법관 제청을 할 수 있는가(긍정)

대법원장권한대행은 대법관 제청을 할 수 있는가(긍정)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한 후 이균용 대법원장후보자가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아래에서 국회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현재 대법원장은 공석이다. 법률적으로 대법원장에게 사고가 생긴 것이 아니라 궐위상태에 빠졌다. 법원조직법 제13조 제3항은 대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임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궐위란 퇴임, 사임, 사망, 탄핵에 의한 파면, 판결에 의한 공무담임권 상실 등을 의미한다. 문제는 안철상 대법원장권한대행이 연말경에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대통령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해서는 성질상 잠정적인 현상유지적 권한에 국한된다는 현상유지설이 다수설이다. 이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현상유지에 한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 전반에 걸친다는 무제한설은 소수설이다. 다수설에 따르면 국가기본정책의 변경, 국무총리·국무위원 등 고위직 인사, 개헌 발의, 국민투표 부의 등과 같은 현상유지를 벗어나는 현상변경적 권한은 대행할 수 없다고 한다. 2017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후임 헌법재판소장(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상유지설은, 대통령 궐위기간이 최대 60일 정도를 넘지 못하는 점, 대통령권한대행 자체가 임시적·잠정적·일시적인 점, 대통령과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현상유지설 중에는 다만 대행기간 중의 국가비상사태 하의 긴급권은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무제한설 중에는 개헌 발의, 국민투표 부의는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헌법 제71조의 해석에 대한 헌법학계의 현상유지설을 대법원장권한대행에 관한 법원조직법 제13조 제3항의 해석에 바로 원용하는 데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대통령의 궐위와 대법원장의 궐위는 그 후임자 선출·임명 시기의 제한 유무가 전혀 다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은 궐위 시 60일 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되어 있으므로(헌법 제68조 제2) 대통령 궐위로 인한 대행기간이 최대 60일로 제한되어 있음에 비하여, 대법원장의 궐위로 인한 권한대행은 후임 대법원장 임명에 대한 시한 규정이 없어서 대행기간이 60일을 초과할 수 있다. 실제로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이 정년퇴임한 후 제2대 조용순 대법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무려 6개월이 걸린 적도 있다. 이러한 장기간 궐위 사례를 보면 대통령권한대행의 대행 범위에 대한 현상유지설을 대법원장권한대행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대통령권한대행은 임시적·잠정적·일시적이지만, 대법원장직무대행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대법원장과 대법원장권한대행 모두 국민 직선이 아니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였기에 양자 간에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권한대행에서의 현상유지설의 논거가 대법원장권한대행에 대해서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 대법원장 궐위와 이로 인한 대법관 공백 기간이 길어져서 국가와 국민에게 심대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면 대법원장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을 하는 것이 도리어 국가 전체 이익에 부합하여 필요불가결하거나 적절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유사한 사례로 국무위원은 국무총리가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총리대행 부총리의 제청으로 국무위원을 임명한 적도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국회의 동의 절차 지연으로 인하여 임명제청권자인 대법원장, 국무총리, 감사원장의 장기간 궐위 상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제청권의 대행을 허용하는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한다. 현행법 해석으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한 범위를 법원조직법 제13조 제3, 정부조직법 제22조 및 감사원법 제4조 제3항에 분명하게 규정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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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23-10-12

조회수6,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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