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 비상(飛上)하거나 낙하산이 펼쳐지거나
최근 여당대표가 CBS 라디오에서 “"절벽에서 주저 없이 뛰어내리겠다…”고 말했다. 현애실수(懸崖撒手). <금강경오가해>의 야보(冶父)스님 송(頌)에 나오는 시 중 일부다. “가지를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야말로 가히 장부라 할 수 있다.”(得手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백범일지>에 따르면, 후조 고능선 선생이 약관의 김구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다고 한다. “일을 할 때에는 판단, 실행, 계속의 세 단계로 사업을 성취해야 한다. 자네는 실행의 첫 출발점인 과단성이 부족하다.”
현애살수를 해도 살 수 있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날개가 돋아나서 하늘로 비상하거나, 낙하산이 펼쳐져서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이다. 선배들에게 들은 말 중에서 변호사개업을 두려워하며 머뭇거리는 현직법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하는 말이 그런 식이었다. “일단 뛰어내려봐. 낙하산은 펼쳐질 거야.” 현애살수를 하려면, 날개가 돋도록 미리 준비하거나 아니면 잘 펼쳐질 낙하산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첫째, 자기 이름 석 자를 걸고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제가 누군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앙겔라 메르켈)라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 말이다.
둘째, 비상 시에는 현애살수의 과단성과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판을 새로 다시 깔 수 있는 쪽이 그냥 기존 판을 조금 개선하려는 쪽을 이기는 법이다.
셋째, 물론 민심과 함께 해야 한다. 민심과 함께하면 어떤 것도 실패하지 않지만, 민심을 거스르면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다. 정치가는 사실 도구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여망이 모든 것을 해낸다.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목표에 100% 적중하지는 못해도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心誠求之 雖不中不遠].
넷째, 늘 바라볼 곳은 바로 ‘중원’이다. “이제 남만(南蠻)이 평정되고 무장한 병력도 넉넉하니 마땅히 삼군을 거느리고 북쪽으로 나아가 중원을 정벌하고자 하나이다.”(제갈량의 출사표) 더 크게는 3중을 바라보아야 한다. 중원, 중도층, 중년층.
다섯째, 정치는 국가통치에 대한 폭넓은 경륜과 깊은 식견을 가진 최고의 프로·장인이 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어려운 일을 할 능력과 자신감이 없으면 애당초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 (2024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