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체제와 법치주의
특별사면의 기준을 마련하자


특별사면은 문민정부에서 8차례, 국민의 정부에서 6차례 단행된 바 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도 특별사면은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특별사면이 단행될 때마다 법조계와 언론계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물론 국민화합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는 점과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특별사면이 너무 무원칙하게 남용되어 특별사면 고유의 순기능이 사라졌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으며(헌법 제79조 제1항),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동조 제2항). 그리고 헌법상 사면․감형 또는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동조 제3항).
헌법에 의하면 국회는 법률로써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1948년 8월 30일 법률 제2호로 사면법을 제정한 이래 지금까지 사면법에 사면기준을 설정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을 한 적이 없다.
지난 2004년 총선 직전에는 특별사면을 할 때에는 1주일 전에 국회에 통보하여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당시 정부는 삼권분립 원칙 위배,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였고, 국회 임기 만료로 재의결안이 폐기된 적이 있다.
그 후에도 국회 법사위에는 사면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었으나, 실질적인 개정은 이루어진 바가 없다.
지난 헌정사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사면법을 방치해 온 사이에 우리는 정치가 법 위에 군림하면서 법치주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사법기관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현실을 아직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면 대상의 제한을 통한 예측가능성 확보, 사법기관의 권위를 존중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사면법 개정안이 마련되어야 사면권 남용과 형평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만 맡겨두지 말고 주무부처인 법무부에서 나서서 법조계의 중지를 모아 합리적인 선에서 정부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방안도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본다.
사면의 기준을 설정하는 내용으로 사면법이 개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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