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과 인권보장
‘징역 50년’은 부끄럽다

2010년 4월 15일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어 2010년 10월 16일부터 시행된 개정형법 제42조는 유기형 상한-가중 상한을 15~25년에서 30~50년으로 상향 조정하였다(제42조). 이제 우리 국민은 무려 5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 개정 전의 형법은 유기징역의 상한을 15년(가중하면 25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무기징역과 유기징역 간의 형벌효과가 지나치게 차이가 나고, 중대범죄의 경우에 상응한 형벌을 선고하는 데 제한이 있으므로, 유기형의 상한을 상향 조정하여 행위자의 책임에 따라 탄력적으로 형 선고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개정의 취지이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으로 국민의 법감정과 법원의 양형 사이에 괴리가 드러나자 정치권은 발 빠르게 유기형의 상한을 조정하는 것으로 대책을 마련하였다.
늘 이러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특별법을 통하여 가중처벌하는 것으로 땜질식 대응을 해오던 것이 그 동안의 입법경향이었는데, 이번에 징역 상한을 50년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는 정치권이 특별법이 아닌 기본법인 형법을 전격적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1소위를 거쳐 2010년 3월 31일 위원회에서 대안을 마련하여 본회의에 회부하여 징역 50년 상한제 형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심사1소위에 법원행정처차장과 법무부차관이 출석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고는 하지만,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별다른 논의도 없었고 공청회조차 없었기에 전격적인 당시의 형법 개정은 그 충격과 여진이 클 수밖에 없다.
유기형의 상한을 갑자기 2배로 올린 것은 비교법적으로 보거나 종래의 양형실무에 비추어 보거나, 입법부의 과잉대응이었다.
개전 전의 15~25년은 1953년 형법 제정 시부터 유지되어 왔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25년 이상의 형이 행형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인 점, 학계에도 엄벌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인 점 등을 감안하여 상한 조정에 대한 반대의견이 우세하였다. 주요 입법례를 보더라도, 15년(독일), 20년(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대만), 24년(이탈리아), 30년(프랑스, 일본), 40년(스페인)인데, 개정 형법이 가중상한을 50년으로 한 것은, 선진외국으로부터 너무 급진적인 입법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이 2004년 12월 8일 형법 개정 시 종래 우리와 같은 15~25년에서 20~30년으로 개정한 예가 있는데, 우리도 일본 형법 정도에 그쳤어야 한다.
범죄와 형벌을 정하는 데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일정한 틀이 있다.
이와 같은 선진 각국의 입법례를 도외시하고 형사정책을 특별법이 아닌 형법에 바로 수용한 것은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종래 우리나라가 형사정책적 수요를 특별형법 속에 숨겨두고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기본법인 형법은 대외용 장식품으로 사용하던 ‘전략적 이중성’마저 포기한 처사다.
가중상한 50년으로 개정된 형법은 30년 정도로 하향 조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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