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11년 3월 4일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고, 예상대로 여론은 악화되었다.
문제의 개정안은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의 ‘누구든지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규정 중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고치고, 제32조 제3호 소정의 ‘누구든지 공무원이 담당ㆍ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규정 중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개정하려는 것이었다.
2011년 3월 6일 월요일자 신문부터 난리가 났다. 도하 각 언론은 일제히 이 개정안 처리는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동료의원 6명을 구하기 위한 편법 개정이라고 비판하였고, 이에 따라 국민여론도 비등하고 있었다. 결국 2011년 3월 11일에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였다.
나는 법 개정과 상관없이 현행법상 같은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이러한 사태 전개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명의로 2011년 3월 7일 발표한 성명 때문이다. 언론이나 일반국민은 몰라도 법률가단체가 할 성명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변협은 ‘국민의 뜻에 명백히 반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즉시 중단하라!’는 제목 하에, ‘청목회 비리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입법로비를 합법화하는 정치자금법개정안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대한변협은 지난 3월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전원일치로 통과시킨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하고 이미 기소된 의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통과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의하면 제31조(기부의 제한) 제2항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규정 중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꾸었고,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 제3호 공무원이 담당ㆍ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할 수 없다는 규정 중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개정하였다.
이는 단체의 회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고, 사실상 국회의원 본인의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인바, 지난해 말 정치권이 위 내용을 포함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실상 무산된 바 있고, 청목회 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 6명에 대한 1심판결이 2월에 재개될 예정으로 있으며, 검찰이 KT링커스 노조를 압수수색하는 등 노조로부터 총 약 1억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받은 것으로 알려진 10여 명의 국회의원들에 대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여야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처벌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일부 조항들만을 행안위에서 통과시킨 것은 입법으로 국가기강을 확립해야 할 국회가 스스로 법원의 재판권과 검찰의 수사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서 이는 헌법의 기본원칙인 권력분립의 원칙과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이다.
비록 정치권에서는 불명확하고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 등을 고친 것이며 소액 후원금을 장려하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무엇이라고 변명하든지 관계없이 국민들은 이것이 기소된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줄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실체적 진실”을 잘 알고 있다.
위 개정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입법로비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무력화될 뿐 아니라, 향후 정치권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 뿐 아니라 입법로비의 대가로 돈을 받아도 뇌물이나 정치자금이 아니므로 면책되는 “또 다른 특권”을 누리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검찰의 청목회 로비사건 수사에 대해 일부 정치권에서 ‘편파 수사’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70% 이상의 국민이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오로지 기소된 여야의원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바, 이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역행하는 심각한 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 농협의 불법 정치후원금 사건에서 검찰이 적용한 정치자금법 제33조(기부의 알선에 관한 제한)의 `누구든지 업무ㆍ고용 등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는 조항 중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를 ‘강요하는 방법으로’로 바꾸어 처벌을 어렵게 만든 것 역시 형사처벌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뿐 아니라,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초 소방방재청이 업무보고 할 순서에 갑자기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상정하였고, 개정안에 대해 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나 반대 토론도 없이 법안이 10분 만에 통과되는 등 절차적인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변협은 행안위를 통과한 정치자금법 개정을 명백히 반대하며, 향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의 부당성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등 반드시 이를 막아내고, 특히, 본회의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국민과 더불어 결사 저지할 것임을 천명한다.
아울러 법원과 검찰도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예정된 재판과 수사를 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하여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받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변협의 성명서와 같이 개정안이 ‘기소된 국회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입법로비를 합법화’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히 관련 법리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개정안의 취지는 종전 규정이 해석상 애매하여 이를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단체와 관련된 자금’ 부분은 헌법재판소에서도 2010년에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고,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는 뇌물수수죄와는 달리 알선수재죄와 유사하게 당연히 국회의원이 ‘다른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청탁을 부탁하는 자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 받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위 개정안은 법리적 측면에서는 일리 있다는 입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사한 법에 대한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ㆍ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데, 변호사법 제111조에서 말하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라 함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자의 사건 또는 사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도7050 판결, 1997. 7. 22. 선고 96도2422 판결 등 참조).
당시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재판이 계류 중이었고,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및 제32조 제3호의 해석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법리판단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진행 중인 피고사건이 반드시 면소가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
법률가단체인 변협의 성명 내용이 진행 중인 재판에서 피고인이 당연히 향유하여야 할 무죄추정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 이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아가 당시 수사 중이던 KT링커스 노조의 집단후원 사건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한 운수회사 노조의 집단후원 사건도 불법정치자금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오히려 강조해야 할 재야법률가단체인 변협이 나서서, 입법권이 ‘법원의 재판권과 검찰의 수사권을 무력화시키는 권력분립의 원칙과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라고 단정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만약 국회가 여론에 어긋나게 입법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의 정치적 심판을 받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변협까지 나서서 그와 같은 여론에 편승하는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 입법권의 행사가 과연 헌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정당한 것인가 아닌가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법률가단체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당시 청목회 사건과 관련하여 한겨레신문에는 김형태 변호사의 <서민을 위한 로비가 무슨 죄인가>라는 명칼럼이 실렸다.
이렇게 어수선한 와중에 2011년 3월 9일 서울북부지방법원(제11형사부 강을환 부장판사)에서 청목회 사건 국회의원 6명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검사의 기소에 대해 내가 변호인의 입장을 개진하는 모두진술을 하였다. 모두진술문을 여기에 싣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만이 아니라 다른 피고인들과 대다수의 국회의원들, 나아가 본 변호인도 이 사건은 기소 자체가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가 없었던 2009년에 국회의원 후원회는 1인당 500만원, 합계 1억 5천만원 한도 내에서만 후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미리 등록된 후원회계좌를 통하여 후원금을 기부 받아야 합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기부 방법과 절차 및 한도를 철저히 통제하는 이른바 통제형을 채택하였습니다. 이러한 통제수단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이상, 수사나 재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정치자금법상 공개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 있고 금액이 통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일일이 '단체와의 관련성' 내지 '청탁과의 관련성' 등을 조사하고 선별적으로 기소한다면, 국민들의 정치불신 분위기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되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이나 정치활동을 위축시키며, 소액다수주의원칙을 채택한 현행 정치자금제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정치자금은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서 현대민주정치에서 필수불가결한 비용입니다. 누군가가 부담하여야 합니다.
정치자금제도는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정치자금법 제1조)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이 확보'된 이 사건에서, 과연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한다는 목적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지켜내야만 할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한다는 목적의 훼손이 있었는지, 앞으로 이 사건 공판과정을 통해 충분히 심리함으로써, 국회의원이 마음 놓고 정치활동을 하고 국민들은 마음 놓고 소액후원을 할 수 있도록, 분명한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 재판을 통하여, 정치자금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 것인가 하는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 후원금과 같은 집단후원 방식의 실무와 관행이 만약 불법이라고 단죄된다면, 그만큼 소액다수후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소사실과 적용법조에 대한 사실상 및 법률상 주장을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단체(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와 관련된 자금'을 기부 받았으니,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입니다만, 피고인의 후원회 계좌에 입금된 후원금은 '청목회와 관련된 자금'이 아니라 청원경찰 개인의 자금입니다.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에서 말하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의 자금' 즉, '단체에게 귀속된 자금'을 말하는 것입니다. 해당 단체에 소속된 개인 소유의 자금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금원'(資金源)이 단체인 경우를 말합니다.
당해 자금이 자연인 개인의 소유로 적법하게 귀속된 상태에서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의 입법취지상 '단체의 기부와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하여야 비로소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위반 죄가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후원회 계좌에 후원금을 입금한 주체는 '청목회'가 아니라 구성원인 개별 회원들입니다.
그 자금원을 보면 '청목회의 자금'이 아니라 개별 회원들이 오로지 소액후원금 기부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부담한 돈입니다.
다만, '청목회'는 단지 소액후원의 절차상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회원들로부터 소액후원금을 취합하여 보관하였다가 다시 개별회원들이 기부하도록 하는, 단순한 소개·안내·알선 역할을 담당하였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회원들은 자유의사에 의하여 자신의 돈 10만원으로 각자 후원하고 후원회로부터 각자 후원금 납부영수증을 일일이 받아서 각자 적법하게 연말정산시에 그 영수증을 이용하여 모두 세액공제까지 받았습니다.
따라서 단지 후원자들이 청목회에 소속된 회원들이고 청목회가 후원절차에 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후원금을 '청목회와 관련된 자금'으로 보는 것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지위와 권익을 향상시키는 입법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국회의원에게 감사와 지지와 격려의 뜻에서 자발적으로 세액공제 한도 내의 소액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은 정치자금법이 정하고 있는 소액다수주의 후원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고, 오히려 장려되어야 할 일입니다.
아울러, 정치자금법은 단체의 자금을 가지고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고, 단체가 나서서 그 구성원들로 하여금 세액공제 범위 내에서 아무런 경제적 부담이 없는 소액후원금을 기부하게 소개·안내·알선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치자금법 제33조는 단체가 '억압'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습니다만, 이 사건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이 사건 후원금이 '청목회와 관련된 자금'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후원금이 각 개인들의 명의로 10만원씩 계좌 입금되었고 각 개인들이 연말에 세액공제까지 받은 이상, 후원회지정권자에 불과한 피고인으로서는 당연히 그 후원금이 청목회의 자금이 아니라 계좌 입금한 각 개인들의 자금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10만원 범위 내에서 미리 등록된 후원회 계좌에 입금되는 후원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의 소액기부를 통한 국민의 정치참여를 장려하기 위하여 세액공제라는 혜택까지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투명성이 보장되는 후원회 계좌에 입금되는 돈이 실제로는 후원인의 자금이 아니라고 의심할 여지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의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후원금이 청목회의 자금이라는 점에 관한 고의(범의)가 없었고, 이와 같은 방식의 후원이 정치자금법에 위반된다는 점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영국, 독일, 일본, 미국 등 대개의 나라에서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고 있는 점, 우리나라도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입법론이 전개되고 있는 점, 심지어 단체의 기부를 금지하는 현행법 규정이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위헌론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은 그 가벌성도 거의 없습니다.
다음, 공소사실은, 청목회가 공무원(국회의원)인 피고인 본인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인 청원경찰법의 개정에 관하여 청탁을 하는 일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청목회 측으로부터 후원금을 기부 받았으니,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를 위반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는 '누구든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해당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이란 당연히 정치자금을 기부 받는 본인을 제외한 '다른 공무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공무원에게 청탁 또는 알선하는 행위를 하는 주체는 정치자금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사람은 국회의원에게 '다른' 공무원에게 청탁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지위에 있어야 본조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피고인은 '다른'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피고인이 직접 담당하는 입법사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후원금을 기부 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애당초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피고인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모토로 삼아 평소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계층의 권익향상에 최선을 다해 왔고, 17대 국회 당시인 2005년경에는 경찰공무원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여 하위직 경찰공무원들의 근속승진제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원경찰법' 개정을 추진한 이유도 평생을 근무해도 순경급 대우만 받는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하여 청원경찰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려는 정치적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국회의 법 개정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음은 물론이고, 개정안의 제안이유와 개정취지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을 얻어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당시 출석의원 182명 중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었습니다.
마치 피고인이 청목회로부터 입법로비를 받고 후원금을 받을 목적에서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국회의 입법작용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발상이고, 국회의원의 순수한 입법활동을 통한 정치적 업적과 자부심을 폄하하거나 국회의원을 모욕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청목회 서울지회가 주최한 워크샾에 초대받고 가서 감사패와 함께 받은 '행운의 열쇠'(공소사실에는 '황금열쇠'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만)가 정치자금에 해당하는데, '피고인이 정치자금법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 받았'으니,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감사패와 함께 기념품으로 받은 '행운의 열쇠'는 정치자금법 제3조 제1호 소정의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정치자금법 제3조 제1호에 의하면, '정치자금'이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말합니다.
피고인은 청목회 서울지회가 청원경찰법 개정을 자축하며 마련한 자리에 초대받아 축사를 하고 수백 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10돈짜리 행운의 열쇠(구입가 120만원)를 기꺼이 받았습니다.
이것을 현금화하여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라는 의미와 목적에서 주고받았다면 모르겠지만, 이것은 상호간에 정치자금을 위한 자금으로 전달할 목적이 전혀 없는 순수한 행위입니다.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이 행운의 열쇠는 감사패와 함께 받은 선물이나 부상 내지 기념품, 단순한 인간관계상의 의례적인 사례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은, 굳이 관련 법령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식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간 청목회 임원의 퇴임 시에도 공로패와 함께 행운의 열쇠가 전달된 바 있습니다.
행운의 열쇠를 정치자금으로 받았다고 기소한 것이야말로, 이 사건 기소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고, 나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여 위법성도 없습니다.
그리고,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항에 의하면, 단체로부터는 어떠한 정치자금도 받을 방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정치자금법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행운의 열쇠를 정치자금으로 기부 받았다'는 공소사실 부분은 그 자체로 적용법조가 잘못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행운의 열쇠'를 '불행의 열쇠'로 오해 받으면서까지 이를 계속 보관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 이 사건 공소제기 후에 행운의 열쇠를 청목회 서울지회에 반환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후원회 회계책임자가 아닌 비서로 하여금 후원회의 정치자금을 수입·지출하게 하였으니, 정치자금법 제36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서가 회계책임자의 실무보조자로서 후원금 관련 업무를 도와주는 것은 하등 문제될 이유가 없습니다.
이상 말씀 드린 것처럼,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그 전제가 사실과 다르거나 관련 법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모두 유죄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 공판과정에서 소상히 밝혀지겠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청목회라는 단체가 이른바 '쪼개기' 기부를 한 사건이 아니라, 단체에 소속된 개인들의 집단적 기부 사건 즉 이른바 '뭉치기' 기부를 한 사건으로서, 정치자금법위반죄로 처벌하여서는 안 되고, 그 가벌성도 미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