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에 대한 엄격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배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사범죄 중 가장 애매모호한 구성요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회사 임직원의 경우에 업무 수행 행위가 어떠한 정도와 수준의 임무위배이면 배임죄로 처벌될 것인지 과연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경영판단의 원칙과 관련하여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4464 판결은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행위규범 내지 재판규범으로서는 명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 배임죄의 재판이 어렵고 무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하여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판실무에서, 사후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만을 이유로 결과론적 접근방법(hindsight)을 취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너무 쉽게 묻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여야 한다.
2009년 7월 1일 이후 기소 사건에 적용되는 배임죄 양형기준은 이득액에 따라 상당히 높은 형벌을 가하도록 정해져 있다. 특별감경인자가 없는 기본구간의 경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은 4년 내지 7년, 300억원 이상이면 5년 내지 8년이 권고형량이다.
근자에 기업인들이 회사경영상의 행위에 대해 배임죄로 기소되고 양형기준에 따라 엄한 형벌을 선고받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흐름에 편승하여 배임죄의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징역 15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하는 강경한 입법론까지 등장하였다.
그러나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한 배임행위의 개념에 대한 엄격한 기준설정 없이, 다시 말하면 배임행위에 대한 해석기준을 종전처럼 관대하게 해석하여 실무운영을 하는 상태에서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설정된 양형기준을 추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체적 타당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경제주체의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배임행위에 대한 엄격한 해석론과 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유무죄 판단을 엄정히 한다는 전제가 충족된 후에 엄정한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순리이다. 배임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은 종전처럼 운용하면서 여론에 밀려 무조건 엄벌하는 쪽으로만 형사사법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경영판단의 원칙과 배임죄의 관계에 관한 선진법치국가들의 입법례와 실무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배임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재설정하여야 한다. 경제주체들에게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경제활동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는 데 사법의 본령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입법적 보완도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