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재판
법조인의 언행

인터넷 댓글의 예에서 보듯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장면에서는 언어가 도발적, 폭력적, 모욕적, 명예훼손적 특징을 띠게 마련이다. 또한 첨예하게 정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정치권의 막말 공방은 뜻있는 국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한 현상이 요즘 법조계에서도 가끔 벌어져 법조계 전체가 외부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10년 9월에 법조인의 직무상 발언이 모욕적이고 지나치다고 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 되어 시정권고까지 받은 사례가 보도된 적도 있다.
법조인으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그런 일 때문에 법조인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법조3륜 각자의 역할과 권한을 상호 존중하지 않고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험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그 경위야 어찌되었든 간에 스스로 법조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법조인을 사회지도층이자 최고엘리트로 보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존경을 받아야 할 법조인들이 자기가 하는 일 자체가 아니라 언행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수치스러운 일이다.
다시 한번 각자의 언행을 신중히 하고 삼가는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판사․검사․변호사를 막론하고 법조인들이 직업적으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어떻게 보면 「쓰고 말하기」, 다시 말하면 언어생활로 이루어져 있다.
예로부터 인재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언어생활은 한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법조인들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언어생활을 어떻게 하면 품위 있게, 설득력 있게 잘 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가 늘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물론 법조인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법조인의 경우는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상대방을 심하게 꾸짖거나 상대방과 치열하게 다투어야 하고, 때로는 하급심판결의 위법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언어가 과격해지기 쉽다.
언제 상대방 대리인을 다시 보겠냐는 심산에다가, 당사자 본인에게 잘 싸운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과욕 탓인지, 도저히 법조인이라면 써서는 안 되는 말을 아무 여과 없이 원색적으로 표현한 소송서면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변호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너무 당사자 본인에게 경도된 탓이라고 보인다.
최근 들어와 준비서면, 항소이유서, 상고이유서 등을 보면, 상대방과 원심법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과도한 비난, 명예훼손성 내지 인신공격성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정이나 조사실 안팎에서의 언행은 물론이요 소송서류의 표현에 이르기까지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생각해 본 다음 말하고 행동하고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장은 날카롭더라도 그 표현은 부드러운, 다시 말하여 법조인다운 금도(襟度)를 지켜나가고 품격을 유지하는 일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가 없다.
최근 법조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으나 수임건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개개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대리인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여유가 줄어든 탓에 사용하는 언어가 험악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법조인들이 각종 서면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표현 수준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겨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최근 변호사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어느 정도 익명성이 생겨서인지, 소송대리인들이 주고받는 답변서나 준비서면에서의 표현이 절제되어 있지 않고 상식선이나 정도를 벗어난 경우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공격적인 변론활동을 통하여 의뢰인을 만족시키려는 유혹 때문에 과도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고 그것이 상대방과 사이에 상호상승작용을 일이키는 경우도 있다.
차제에 법조 전체의 언어생활에 대해 점검해 보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자정운동이라도 하여야 할 시점이다.
개개 소송관계인의 자세와 인식의 전환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최종적으로 각종 서면을 보고 판단을 하는 법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책을 강구해 주었으면 한다.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에서 사용된 과도한 언어에 대해서는 재판장이 법정에서 적절히 지적하여 시정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경험이 일천한 변호사가 당사자에게 너무 경도되어 과격한 언사를 구사하는 경우에, 법조의 선배로서 품격 있는 언행을 할 것을 지적하고 지도하는 것은 권장될 일이다.
그 동안 법원에 제출된 서면에서 문제될 만한 사례를 수집하여 법조3륜이 긴밀히 협의하여 법조인의 언어생활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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