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의 기도
스마트폰과 우리말

우리는 일상에서 명함을 주고받는다. 명함을 받으면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하여 바로 읽어 들여 그 내용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명함의 휴대전화란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휴대전화`, `휴대폰`, `핸드폰`, `Mobile`이 있는가 하면 핸드폰을 줄여서 `H.P`라고 적은 명함도 있다. 그 중에서 `휴대폰`이란 말이 `휴대전화`보다 부르기 쉬워서인지 가장 많이 쓰인다. 내 명함에도 `휴대폰`이라고 돼 있다. 영어를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 과학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 생겨난 최첨단 기기나 물건에 대해 우리말 이름 붙이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생긴 혼란이 아닐까.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만약 선풍기가 요즘 등장했다면 그냥 `팬`이라고 불렀을 것이고 선풍기라는 좋은 이름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영어 용어를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오히려 편리할 수도 있다. 요즘 세대들은 국한문 혼용체가 아니라 국영문 혼용체를 사용하기도 하니 놀라운 생각도 아니다. 스마트폰을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이걸 꼭 스마트폰이라고만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작년에 국립국어원은 `똑똑전화`로 정했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휴대폰으로 부르는 관행에 맞춘다면 `똑똑전화`보다는 `똑폰`이 부르기 좋다. 지인들과 대화할 때 `똑폰` 번호라고 말하면 누구나 바로 알아듣는다. 영어로 된 용어를 그대로 한글로 적는 것은 마치 `이두(吏讀)`와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년층이나 저학력자들에게 정보접근성을 제한하여 정보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 하여도 전문용어가 아닌 일상용어는 우리말을 만들어 써야 한다. 영어에 익숙한 세대는 영어를 한글로 그대로 적어 써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우리말을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쓰기 쉬운 우리말 용어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누리꾼`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하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좋은 우리말 용어를 만들어가는 일을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부르기 좋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말과 함께 쓸 수 있는 우리말 이름을 스마트폰에 붙여주어야 한다. <2011년 8월 18일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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