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판단이 일반인의 상식이나 기업의 관행과 괴리가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K회사의 ‘상무대우’를 마지막으로 사직하고 고향에서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된 분이 있다.
그는 정식으로는 ‘상무대우’였지만 회사 내에서나 거래처에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상무’라고 불렀다. 회사에서 마련해준 명함과 명패에도 어엿이 ‘상무’로 되어 있었다.
퇴직 후 선거운동을 할 때도 그 동안의 관행에 따라 홈페이지와 선거운동 명함의 경력 난에 “(전) K회사 상무”라고 기재하였다. 어디 가서나 전에 K회사 상무로 근무하였다고 말하고 다녔다.
인물과 비전이 출중하여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었다.
그러나 당선의 기쁨도 잠시 뿐. 낙선한 상대후보는 그가 정식 ‘상무’가 아니라 ‘상무대우’였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문제를 삼았다. 허위경력을 공표한 것이라고 선거법위반으로 고발하였다.
검찰도 ‘상무대우’를 ‘상무’로 표시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다. 1심과 항소심은 물론, 대법원도 “상무보다 하위직급인 ‘상무대우’로 근무하였음에도 ‘상무’라고 경력을 표시한 것은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분은 국회의원 직을 잃었다.
기업 현실에서는 상무, 상무보, 상무대우를 모두 '상무'라고 부르는 것이 관행이다. 대개의 회사에서는 상무대우나 상무보 직급자도 '상무'로 표시된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명함만이 아니라 책상 위의 명패에도 상무라고 표시한다. 보통은 '상무님'이라고 호칭하지 '상무대우님', '상무보님'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상무대우'가 아닌데도 '상무'라고 했다면 허위이겠지만, 임원인 상무대우였던 것이 사실인 이상, '상무'라고 표시하였다 해도 기업의 일반 관행에 따른 것이라면,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에도 맞다.
법은 상식이라고들 한다. 법률은 그 시대의 보편적 가치나 다수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개 법 이론이나 판결은 일반인의 상식과 법감정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배심재판을 신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판에 기업의 현실과 관행을 가급적 반영해달라고 요청하는 역할은 변호사가 한다.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법원과, 현실과 관행을 내세우는 기업 사이에서 그러한 몫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늘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