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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좋은 후보, 나쁜 후보 - 정치인은 미래설계사 (문화일보 2016년 3월 31일자 기고문)

좋은 후보, 나쁜 후보

변호사 황정근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대답은 다양할 것이다. 선호하는 정당을 보고 이미 선택한 경우도 있고, 특정 지역에는 당내경선이 본선이나 진배없어 본선에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느 후보자가 마음에 들어 이미 마음을 정한 경우도 있고, 투표할 만한 후보자가 도무지 없어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고 있는 부동층이 약 40%나 된다고 한다. 그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좋은 후보자, 제대로 된 후보자는 누구일까. 내가 선택한 고치에서 나온 나방이 예쁜 나비일지 화려한 독나방일지 우리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치엘리트를 잘못 뽑으면 안개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진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자가 정치꾼·정상배(politico), 정치인(politician), 정치가·경세지재(經世之才·statesman) 중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를 가리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좀 더 숙고해 좋은 정치인을 가려내야 한다. 정치는 우리가 아무리 싫어해도 우리의 삶을 결정하고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들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각종 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과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좋은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교육
, 일자리, 주거, 건, 노령화, 안전, 자유, 복지에 관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중심에 입법권을 거머쥔 국회가 있다. 과거에는 강력한 행정부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도리어 막강한 입법부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국회의원 300명이 어떤 유형의 정치인으로 구성되느냐는 가슴 한구석에 절망을 품고 사는 국민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문제의 해결사, 미래의 설계사’를 한 명이라도 더 국회에 입성시켜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고 절망이 희망으로 바뀐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먼저 후보자들의 도덕성, 청렴성, 자질, 준법성, 공직 적합성을 비교·평가해 보고,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집집마다 배달되는 선거공보를 보면 후보자의 정견, 공약, 경력, 재산내역, 병역사항, 최근 5년간의 납세실적(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전과기록, 학력이 기재돼 있다. 본인과 아들이 병역의무를 다했는지 알 수 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전과도 전부 기재돼 있다.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는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효된 수십 년 전의 것도 다 나와 있다.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체납은 없는지도 알 수 있다.

첫째, 적어도 파렴치범 전과자를 이제부터는 절대 뽑지 말아야 한다. 전체 후보자 944명 중 무려 40%가 전과자라고 한다. 일반 국민의 전과와 정치엘리트의 그것은 차원이 다르다.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실형을 산 사람,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로 처벌받은 사람도 버젓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대법관이나 장관이 돼서도 안 되듯이, 국회의원이 돼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그런 사람은 스스로 출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앞으로 세워 나가야 한다. 선진국치고 우리나라처럼 전과자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예는 없다.

둘째,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후보는 나쁜 후보다. 인권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 선거제도, 사유재산·시장경제, 사법권 독립을 핵심 요소로 하는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의 일원이거나 그런 이념이나 세력을 지지하는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

셋째, 거짓말쟁이나 변덕쟁이도 부적격자다. 정치철학도 없이 이당 저당 옮겨 다니는 철새정치인, 과장된 허위공약으로 유권자를 속이려는 후보자도 솎아내야 한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절차와 원칙을 위반하고 불법선거운동을 해 고발된 후보자는 당선되더라도 어차피 당선무효가 될 개연성이 높으므로 찍는 데 신중해야 한다.

넷째,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후보도 문제다. 힘들게 일해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나라의 큰살림을 어떻게 맡길 수 있겠는가.

다섯째, 과도한 지역 챙기기에 매몰돼 있는 지방의원급 골목대장형 후보도 국정을 돌봐야 하는 국회의원에는 걸맞지 않다. 소선거구제하에서는 그런 정치인이 득세하기 쉽다. 이번 선거에서는 인기투표식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한 상향식 공천이 실시되면서 그런 후보가 특히 많아졌다. 선거공보에 정치개혁을 향한 의지와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은 전혀 없고 지역 발전공약과 즉흥적 선거용 정책만 잔뜩 들어 있는 후보는 국회의원으로서는 함량 미달이다. 유권자에게 조약돌과 큰 바위를 구별할 줄 아는 선구안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면 국회와 정치의 수준을 높이고 제대로 국정을 돌볼 양질의 후보는 누구인가. 물론 흠 없고 반듯한 사람만이 좋은 후보는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한 세대 앞을 내다보고 이 시대의 얽힌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문제해결형·미래비전형 정치인이 좋은 후보다. 뜨거운 애국심, 정교한 판단력, 소년 같은 겸손함을 갖춘 정치인이 좋은 후보다. 멀리서 바라보면 위엄이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따뜻하며, 그 말을 들어보면 합리적인 인품의 소유자가 좋은 후보다.

선거는 회고형 심판 구도와 전망형 선택 구도가 뒤섞여 있지만, 가급적이면 현재보다 미래에 투자
하는 투표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 한 번 더 시켜 봤자 자리만 차지하고 큰소리만 치는 원로급보다는 미래의 변화와 희망을 가져올 참신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후보가 없다고 기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한 태도는 민주공화국 시민의 미덕이 아니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변화와 희망을 얘기할 수는 없다. 투표율이 낮아야 득을 보는 정당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고 만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플라톤)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하듯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후보를 택한다는 자세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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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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