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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의 딜레마" - 맨커 올슨

미국 정치가 갈수록 통치력(governability)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이완 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 특히 의회 정치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당파적이고 분열적인 양상으로 변했다. 그 결과 의회를 통해서 의미 있는 개혁을 이루어가기가 대단히 힘들어지고 말았다. 의회로 침투한 수많은 로비 그룹과 이익집단들은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중장기 개혁 정책들마저 추진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금 체제의 비효율성이 심각해 한때 매년 4천억 달러의 세금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도 정치적인이유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폴 오닐은 이와 관련해 지금 우리[미국]의 정치 체제는 정말 비극적일 정도로 붕괴되었다고 개탄하였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맨커 올슨의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의 딜레마라는 개념을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승전국인 영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침체의 길로 가는데 왜 패전국인 독일의 경제는 오히려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가지고 그 원인을 연구하는데 10년간 매달렸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 안정을 누린 선진국의 사회 전반에는 사회적 부의 분배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이익집단 연합(distributional coalitions)이 난립하게 되며, 이 이익집단들의 영향력이 강화되어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수록 국력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회에서 개혁이 가능하려면 외부로부터 엄청난 위기가 닥쳐와 그 충격으로 분배를 둘러싼 기득권 이익집단들의 네트워크가 무너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는 정책결정자나 엘리트들이 그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제도를 개혁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2008년의 경제 위기는 미국에 개혁을 시도하기에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위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고 개혁 또한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 여전히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기득권 네트워크와 그 영향력은 건재하다. 예를 들어 오바마 행정부가 통과시킨 의료 및 금융 부문 등의 개혁법안이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발목을 잡힌 배경에는 바로 그들이 있었다.

이처럼 올슨의 관점은 패권국 권력의 상승과 하강을 야기하는 국내적 정치 동학을 잘 설명해준다. , 아직 국가의 영향력이 크고 이익집단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패권 전반기에는 무역 중심의 경제로 권력이 성장하지만, 점차 자유방임주의나 신자유주의 이념의 영향 아래 국가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이익집단들이 힘을 발휘하는 패권 후반기에는 투기 중심의 경제가 되어 권력의 하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윤영관, <외교의 시대>, 70-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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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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