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도 정당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관용의 정치 표본을 영국에서 볼 수 있다. 영국의회에서는 개원할 때 야당 지도자를 여왕 폐하의 반대당 지도자라고 소개한다. 여왕은 여야 모두의 국왕이라는 뜻이다.
조선조 서인의 영수 우암 송시열은 몹쓸 병에 걸렸을 때 원수지간이었던 남인의 당수 미수 허목에게서 처방을 받아오라고 아들에게 시켰다. 아들은 비상(砒霜)이 든 약방문을 받아들고 매우 걱정했으나 송시열은 믿고 약을 먹어 병을 고쳤다고 한다. 송시열과 허목은 정치적으로는 원수 관계였지만, 서로 인간의 도리와 예의는 지켰다는 일화다.
- 양승함 연세대 교수(문화일보 2016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