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는 세계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항로 중 하나이다. 해상으로 수송되는 세계 원유의 절반 이상이 이 해역을 지난다. 또 어업 자원뿐만 아니라 지하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히 매장되어 있어 개발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정부는 1947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가 설정했던 ‘11단선(十一段線)’을 이어받아 ‘남해 구단선(南海九段線)’으로 변경하면서 선 안의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해 왔다. 1992년 2월에는 남중국해 전체를 중국의 영토로 선언하는 법을 통과시켜 이 해역 안에 있는 난사 군도(南沙群島)와 시사 군도(西沙群島)를 포함한 수역에 대한 영유권 및 그 주변 해역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했다. 2010년 3월에는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이 지역을 ‘핵심 이익’ 지역으로 언급했는데, 이는 이 지역에 티베트나 대만에 준하는 수준의 중요성을 부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었다. 또한 중국은 국내법 규정을 통해 2014년 1월 1일부터 남중국해에서 조업하는 외국 어선들에 대해 하이난 성 정부에 사전에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도발적이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관할권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은 1970년대에 난사 군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고, 베트남은 통킹 만과 베트남 연안에서의 해상 경계를 놓고 중국 및 대만과 부딪쳐 왔다. 1978년에 베트남은 일본과 남중국해 해역에서의 원유 개발에 합의했고 2012년까지 인도의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ONGC) 등 외국 회사들과 60여 개의 원유 및 가스 개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4월에는 필리핀 당국이 난사 군도 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체포하려다 필리핀 해군 함정과 중국 경비정 2척이 대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필리핀과 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사건 직후 필리핀은 미국과 연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2014년 5월 대대적인 중국 해군의 호위 아래 HD-981로 불리는 거대한 해상 석유시추 설비를 베트남과의 분쟁 수역 안에 일방적으로 설치했다. 7척의 중국 해군 전투함을 포함해 80여 여척 선박이 이 장비의 주변에 포진했다. 6월에는 4개의 석유시추 설비를 추가로 파견했다. 이로써 남중국해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다자 포럼을 만들자고 중국에 제안했지만 중국은 기본적으로 당사국 간의 양자 대화 방식을 고집하여 서로 간에 접점을 찾지 못해 왔다. 그런데 2002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국 사이에 남중국해당사국행동선언(Declaration on the Conduct of Parties in the South China Sea, DOC)이 합의되었다. 그리고 2013년 6월 말 개최된 아세안-중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남중국해에서의 행동강령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로 갈수록 심화되는 남중국해 분쟁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최소한 분쟁을 관리해 나가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최근 남중국해 분쟁 수역에 암초 매립 작업과 함께 군사 시설을 건설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윤영관, <외교의 시대>, 101-10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