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년 9월 8일자]
독일 통일의 일등공신인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을 경계하는 주변 열강의 마음을 돌리는 데 외교력을 집중했다. 통일 독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잔류를 수용해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 냈고, 러시아를 돌려세우기 위해 대규모 경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가장 반대가 심했던 프랑스에 대해선 마르크화의 희생을 무릅쓰고 유럽통화제도 도입과 신속한 유럽 통합을 약속하며 돌파했다. “통일 독일은 훌륭한 우방이 될 것”이라는 홍보전이 바닥에 깔렸음은 물론이다.
처음으로 독일 통일을 이룬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신(神)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라고 갈파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통일 외교의 시동을 걸었다. 통일 외교라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는 일은 “통일 한국은 당신 국가에도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한다. 이어 주변 열강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교한 협상이 뒤따라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정연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