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포 수아레스(1932-2014) 전 스페인 총리

며칠 전 한겨레신문의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에서는 아치 브라운(홍지영 옮김), <강한 리더라는 신화ㅡ강한 리더가 위대한 리더라는 환상에 관하여>(사계절, 2017)를 소개했다. 총 598쪽의 두꺼운 책이다. 전성원은 말한다.

“저자(=아치 브라운)는 1976년부터 1981년까지 스페인 총리를 역임했던 아돌포 수아레스(1932-2014)를 손에 꼽았다. 1975년 내전 이후 40여년간 권력의 핵심이었던 독재자 프랑코(1892-1975)가 죽자 스페인 사회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 시기에 총리에 취임한 수아레스는 프랑코 정권에서 국영방송국 사장을 지낸 바 있는 고위 관료 출신으로 결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가 원했다면, 유·무형의 협박과 탄압이란 정치적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공산당과 사회당 같은 반대세력의 포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977년 공산당 합법화를 추진하는 과정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좌우 모두에게 공격받았고, 심지어 같은 당(=민주중도연합) 소속 의원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는 협상과 설득, 그리고 꾸준한 인내를 통해 마침내 연립 정부를 수립했고, 기득권 단절을 원치 않던 군부의 쿠데타 기도를 막아내며 스페인에 입헌군주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그는 결코 강한 리더가 아니었지만, 주어진 상황에 맞춰 공동의 목표를 만들었고, 비상한 위기 상황에서도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정치를 이끌었다. 이때의 정당한 법적 절차란 자신의 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줏대 있는 각료, 그의 실패를 통해 반사이익을 누릴지도 모를 여·야 정치인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견해에 대해 숙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결코 피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면 아돌포 수아레스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 세브레로스에서 태어났다. 살라망카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정치인 겸 법률가로 활동하였다.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패전한 공화파 가정에서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삼촌들이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모습을 보며 권력의 생리에 극도로 민감해졌다. 하지만 배경이 이렇게 중도적이라서 그런지, 직업이 언론사 사장으로 성장했으니 자유주의적인 사상에 노출 될 기회가 많아서 그랬던지, 프랑코가 죽자 얼마 안 가 민주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이를 시행하였다. 1976년에 후안 카를로스 1세 국왕(1938∼현재. 1975∼2014년 재위)에 의해 총리로 임명되었다. 1977년에 프랑코 정권 이래 민주적인 첫 총선거가 이루어져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 선거로 그가 이끄는 민주중도연합이 집권하여 1978년에 새 헌법을 통과시켰고, 프랑코 정권 때 탄압받았던 바스크, 카탈루냐 지방의 자치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한편, 사회노동당과 공산당 기타 사민주의 계열 정당의 정치 활동과 국회 진출을 합법화하는 등 민주적인 개혁을 실시하여 프랑코 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했다. 그가 이끄는 민주중도연합이 보수파에 의해 분열되고 그의 정책이 경기 침체와 불투명성으로 비판받자 1981년에 사임하였다. 그의 뒤를 이어 레오폴도 칼보 소텔로가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했다. 그가 사임한 후 새 총리 선출 과정에서 극우파의 쿠데타(23-F)가 있었고 아돌포 수아레스도 당시 국회에서 쿠데타군에게 인질로 잡혔는데, 아돌포 수아레스는 당시 공산당 당수 산티아고 카리요와 함께 눈앞에서 총구로 협박하는데에도 ”너희가 뭔데 나한테 명령질이냐?“라는 배짱으로 당당하게 있었다. 수아레스가 쿠데타 상황에서 보여준 의연한 모습은 후안 카를로스와 함께 민주화의 아버지로 거론되기에 충분함을 보여주었다. 프랑코 정권이 끝날 때부터 군과 마찰을 빚어가며 총리직을 했던 인물의 배짱과 배포를 보여준 장면으로 이 당시의 이미지로 스페인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 5위로 손꼽혔다. 2003년 정계에서 은퇴한 뒤 자택에서 은거생활을 하다 2014년에 만성 폐쇄성 질환으로 사망했다.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졌다. 마드리드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돌포 수아레스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