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북한을 보는 새로운 시선-분단 77년, 편견 깨기 -권은민

저자는 김앤장 권은민 변호사다. 호는 우봉. 초대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으로 행정소송·조세·관세 전문 변호사를 하면서 놀랍게도 20년 이상 북한법을 연구하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제는 통일부·법무부 등 유관기관에서 자문역을 하는 등 북한법 전문가가 되었다. 석사논문은 <남북경제교류시 발생하는 문제점과 그 원인(2002)>, 박사논문은 <북한 외국인투자법제 연구(2012)>.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외국인투자법제연구, 북한부동산제도, 남북한 분쟁사례연구, 남북경협법제도 등의 과목을 가르쳤다. 저자는 수필가이기도 하다.

나의 대학 후배이고 고향이 같은 경북(나는 예천, 그는 경주)이어서 김앤장 조세팀에서 함께 일할 때는 물론 최근에도 가끔 만나는 사이다. 나는 책을 몇 번 출간한 적이 있어 저자의 첫 저서인 이 책을 낼 때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이 책에는 남북한의 관련 법령과 자료도 많이 실려 있다.

책 제목에서 보듯이 기존의 편견을 깨는 내용이 놀랍다. 날카로운 정으로 얼음장을 깨듯이, 망치로 머리를 때리듯이 정신이 들 정도로 기존의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하면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였다. 기존 학설이 불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경하고 불편하며 도발적인 주장일 수 있지만, 논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컨대 이렇다.

-서독의 1민족 2국가론처럼 북한을 이제는 국가로 인정하자(제1장 다시 보는 북한)

-북한주민을 남한국적자로 보는 기존견해를 재검토해야 한다(제2장 다시 보는 북한주민)

-남북한 토지개혁 경과에 비추어보면, 북한토지에 대한 기존소유권은 인정할 수 없다(제3장 다시 보는 북한토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이고 특수한 관계’로 보는 남북한 특수관계론(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을 재검토하여 이제는 국가 대 국가 간의 정상관계로 보는 정상관계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제4장 다시 보는 남북관계)

-남북한 사이의 258건의 합의서를 실천하기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제5장 다시 보는 남북합의서)

이런 주장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법률가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서 통일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정치현실과 법률의 괴리를 일치시키는 일은 통일의 도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저자의 치밀한 연구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저자의 법리검토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법적 지위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판례가 변경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자는 앞으로 다수의 북한주민이 남한에, 다수의 남한주민이 북한에 장기체류하는 미래의 상황에 대비한 법제 정비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한다. 저자의 상상력을 믿는다. 이러한 대비는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