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0월까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선언한 법률이 무려 470건이나 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현재 위헌 선언된 조항 중 무려 48개는 아직도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법제처의 위탁을 받아 한국법제연구원이 연구 발표한 ‘법령의 헌법합치성 제고를 위한 정비 방안’에 의하면 헌재의 판례 기준에 따라 12개 분야 814개 법률을 분석한 결과 447개 조항이 위헌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헌재에서 위헌 선언된 법률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아직 헌재의 심판을 받지 않은 법률 중에도 위헌성 높은 조항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입법영향평가 내지 위헌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증거다. 마구잡이 졸속입법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이른바 ‘김영란법’도 언론과 사립학교 구성원을 규율 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위헌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법사위가 전문위원의 도움을 받아 정밀하게 검토하고 심의하여 결정할 일이지만, 서두를 일이 아니다. 일단 법을 만들어 시행해보고 나중에 헌재의 판단을 받자는 식의 접근방식은 무책임하다. 국민 여론이 갈리고 어려운 헌법적 쟁점을 가진 문제일수록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입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공청회제도가 있는 것이다.
정부법률안과 같은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은 의원법률안 발의가 매년 5천여건으로 대폭 늘어났음에도 국회가 입법의 컨트롤 타워 가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법률을 양산하게 되면 혼란은 가중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법제실의 입법지원 기능을 정부의 법제처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법률가를 대폭 충원해야 한다. 특히 법사위에는 위헌성 검토를 충실히 하도록 헌법전문가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헌법재판관을 파견 받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부실입법을 막기 위한 입법참여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미 제정되어 시행 중인 법률이 난삽하고 체계적이지 않으며 너무 세분화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성폭력 관련 법률만 해도 법조인도 쉽게 알기 어려울 정도로 관련 법률이 많다. 차제에 법무부·법제처가 법률종합정비계획을 세워 유사한 입법취지의 각종 법률을 분야별로 통·폐합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통합 제정하였던 예에서 보듯이 각 분야의 관련 법률을 전면 재검토하여 일거에 정리해야 규제개혁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2015.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