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위헌·한정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법률이 신속히 정비되지 않고 있다. 2014년 8월 말 현재 전체 643개 결정조항 중 무려 48개 조항이 방치되고 있다. 헌재가 기간을 정하여 개정을 촉구한 법률에 대해서도 그 기간을 넘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중 옥외집회 부분에 대해 헌재가 2009년에 9월 24일에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2010년 6월 30일까지 법 개정을 촉구하였으나 국회는 4년이 지나도록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1992년 4월 14일에 위헌 결정된 국가보안법 제19조 중 제7조 및 제10조의 죄에 관한 구속기간 연장 부분은 위헌결정을 받았는데 법을 개정하지 않아 아직도 법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는 한정위헌 결정이 선고된 것은 1991년 4월 1일이다.
헌법재판소심판규칙 제49조는 헌재 결정이 법률 제·개정과 관련이 있으면 헌재가 그 결정서 등본을 국회에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입법 지연에 따른 공문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받은 국회나 행정부의 소관부처가 법 개정의 민감성 등을 이유로 법 개정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위와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위헌 결정이 된 법률조항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에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속히 정비하지 않으면 헌재 결정을 모르고 법전의 조문만 본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당해 법률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소관 부처가 입법계획을 세워 정부법률안으로 제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헌재로부터 결정서 등본을 송부 받은 국회가 바로바로 심사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들이 보다 신속하게 헌재의 결정 사실과 주요 내용을 보고받고 심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먼저 헌재 규칙에 규정된 결정서 등본 송부제도를 국회법에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국회법에는 헌재의 위헌 결정 심사절차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 인권 보호에 충실한 국회상을 정립할 수 있다. 헌재로부터 결정문을 송부 받으면 지체 없이 국회의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전문위원이 결정의 요지와 입법 방향에 대해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상임위가 대체토론 후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의하면 신속한 법률 정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법률신문 2014. 11. 1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