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로 가는 길
법조인 출신 고위직 임명의 의미

최근에 전격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서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김기춘 변호사가 비서실장에 파격적으로 임명되고, 서울고검장을 지낸 법무법인 광장의 홍경식 변호사가 민정수석비서관에 발탁되었다. 법조인은 아니지만 법무법인 태평양 최원영 고문이 고용복지수석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윤창번 고문이 미래전략수석에 각각 기용되면서 법조계와 로펌이 고위직 인력 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에 영광을 안은 분들은 법조계나 로펌 내에서도 우수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사들로 정평이 나 있다. 상식과 원칙에 투철한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겸비한 전문가로 인정받아 왔기에, 우리가 이 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법조와 로펌에서 쌓은 전문가로서의 경험이 고위직 임무 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법조인 출신이 고위직을 맡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내·외부에서 호평을 받으며 장수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 이어 법무법인 율촌 출신 김용준 변호사와 법무법인 로고스 정홍원 변호사가 연달아 총리에 지명되었다. 집권여당의 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법조인 출신이 맡고 있다.
민주주의가 고도화하면 할수록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소신과 강단을 갖춘 법조인 출신이 갈등관리와 법치주의 내실화에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법조인은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절제력과 판단력을 갖춘 직업군이다. 법조인은 직업 자체가 원래 남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것이라서 국정을 대신 맡아 처리하는 데서도 특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인사에 대해 몇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임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관계에서 법조 경력과 연륜이 앞서는 것을 무기로 하여 법무·검찰의 고유업무에 관여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 ‘가장 잘 했던 것은 자신이 잘 몰라 전문가에게 맡겨둔 경제분야였고, 가장 잘못 했던 분야는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여 적극 간섭한 군 인사였다.’고 실토한 바 있다. 검찰 출신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은 법무·검찰업무를 너무 잘 알기에 더욱 간섭하고 지도·지휘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검찰권 장악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나 대법원장과 국무총리보다 법조 선배인 비서실장이 모든 영역을 이끌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아무쪼록 정의롭고 질서 있는 나라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언제나 법치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법조인으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음으로써 성공적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201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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