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로 가는 길
사회변화를 주시하면서 법 해석을 해야

6·4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처음 시행된 사전투표제는 놀라운 제도이다. 유권자들은 5월 30일, 31일에 미리 투표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전국 어디서나 가능했다. 사전투표는 미리 신고할 필요조차 없다. 통합 전산망이 갖춰져 전국 어느 읍·면·동 사무소에 가더라도 투표할 수 있었다. 투표용지를 그 자리에서 출력하여 투표할 수 있다. 전국 어디서든 사전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교도소의 수형자도 수형시설 안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손쉽게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교도소에 복역 중인 단기형 수형자에게도 선거권을 주어야 하는가는 어려운 문제이다. 현행법상 수형자에게는 장·단기를 불문하고 선거권이 없다. 이는 공공질서를 해친 중범죄자의 발언권을 박탈함으로써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법질서에 대한 존중을 강화하고자 함에 입법취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2009년에는 합헌이라고 하였다가 올 1월 28일 수형자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2016년 총선 때부터 단기형 수형자도 선거권이 있다. 헌재가 판례를 변경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전투표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첨단 선거 시스템이 수십 년 만에 단기형 수형자의 선거권을 찾아준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따라 법률, 제도, 법리, 판례가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난 5월 20일 법률 제12597호로 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은 단서를 신설하였다. 즉 위헌 결정된 형벌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되, 해당 조항에 대해 종전에 합헌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렇게 되면 헌재가 종전에 합헌 결정했던 형법법규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더라도 재심사건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위헌결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법원도 위헌제청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입법의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도 외부환경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적절히 반영하려는 법조계의 창의적인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최근 문제되는 ‘잊힐 권리’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권리에 대한 입법과 법리 연구에도 법조계가 적극 관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새로운 영역의 법률관계를 행정입법에만 맡겨두어서도 안 된다. (2014.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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