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된 후 다른 법원의 법관이 법원 내부게시판에 담당재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게시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담당재판장이 고법 부장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사심 가득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재판을 직접 담당하지 않고 기록조차 검토하지 않은 법원 외부의 인사가 판결을 매도하는 것과 진배없다. 해당 판결의 당부(當否)를 떠나, 현직 법관이 지극히 정치적인 입장 표명을 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법관이 판결문이나 영장기각 결정문에서는 물론 재판 외의 영역에서 특정의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로지 법치의 땅을 딛고 정의의 하늘을 바라보아야 할 법관이 법복을 입은 채로 법복 이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정치(政治)’에 슬쩍 발을 담그거나 이른바 국민정서법에 부화뇌동하는 ‘정치(情治)’의 판결을 해서는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제대로 정착될 수 없다.
최근 법조인들의 일탈과 타락상을 보면 스톨 스피드(sta1l speed, 중력을 견디며 공중에 떠 있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처럼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다. 여기서 더 나아갔다가는 추락하고야 만다. 법조계를 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엄중한 위기 상황이다.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국민의 신뢰다. 신뢰를 쌓은 데 수십 년이 걸리지만 이를 잃는 데는 단 5분도 안 걸린다. 이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면 법조인들은 지금과 전혀 다르게 행동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인권 보장,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대의제를 핵심요소로 하는 정치적 자유주의가 발육 부진 상태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특권 없고 예외 없는 법치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달성해야 할 목표다. ‘세월호’에서 드러났듯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 중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반부패와 법치’다. 법조계가 중심을 잡고 앞장서야 한다.
이런 막중한 책무를 감당케 하기 위해 어떤 인품을 가진 인재를 판사·검사로 뽑을 것인지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법조인은 단순한 법기술자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전문가’여야 한다. 법조인으로서의 직업윤리의 핵심은 스스로 경계하며 사는 삶이다. 친절, 인내심, 이해심, 책임감, 윤리의식, 성숙한 인품을 갖춘 인재를 판·검사로 뽑아야 한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갖춘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