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로 가는 길
법정에서의 ‘쿨비즈’ 검토할 때다

쿨비즈(Coolbiz)는 시원하다(cool)와 사업·업무(business)의 합성어로서 여름철에 넥타이를 매지 않는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법정에서 변호사와 검사를 비롯한 소송관계인이 반드시 넥타이를 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지만, 재판부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법관에 준하여 넥타이 정장을 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최근 원전사고로 인한 블렉아웃 우려에 따라 에너지 절약은 법국가적 이슈가 되었다. 더욱이 올 여름은 예년보다 길고 무더운 날씨가 예상된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이미 노타이 차림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였고 하절기에는 공무원들도 간편복을 착용하고 있다. 국회의 경우도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이 노타이 차림으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을 정도로 에너지 절약형 간편복이 보편화되고 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넥타이만이라도 안 맬 수 있도록 법원이 공식적으로 허용해달라고 요청하였지만, 법정의 권위와 법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번번이 묵살되곤 하였다. 개성 강한 변호사 중에는 홀로 넥타이를 매지 않고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판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관은 법원건물에서 법정으로 이동하면 되지만, 검사와 변호사 등 소송관계자들은 더운 여름에 무거운 기록까지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법정을 오가야 하는 고충이 있다. 이제 전력수급비상사태를 맞아 냉방온도를 제한하면 올 여름의 법정은 예년보다 더 더워질 것이 분명하다. 범국가적 에너지절약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데 사법부도 일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할 때다. 이제 법정에서의 쿨비즈 실시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되었다.
이 문제는 개개 법원에나 재판부 차원에서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법원행정처에서 선진외국의 사례와 쿨비즈의 장단점을 신중히 검토하여 통일된 입장을 공표하여 올 여름 소송관계자들이 건강하고 편안한 가운데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물론 반팔차림에 면바지를 입고 법정에 들어가서는 안 되겠지만, 국무회의장이나 국회본회의장에서처럼 정장에 셔츠를 반드시 입고 넥타이만 매지 않는 정도로만 허용하더라도 법정의 권위가 손상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법부의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는 우리나라 법정에서도 노 변호사가 법정에서 부채를 부치면서 반팔 차림으로 변론하는 장면이 있듯이, 넥타이 정장이 반드시 법정 권위를 지키는 데 필수적인지는 의문이다. (201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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