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획정한다(공직선거법 25조 1항). 여기서 ‘인구’란 주민등록인구를 말한다(공직선거법 4조). 대법원은 작년 9월 사상 최초로 가족관계등록인구를 발표했다. 전남의 주민등록인구는 190만 2,350명이지만 가족관계등록인구는 485만 59명이다. 경북은 270만 3,929명 대 626만 6,724명이다. 서울은 1,012만명 대 978만명, 경기는 1,233만명 대 586만명이다. 주민등록인구 편차 2:1 기준을 제시한 작년 10월 30일자 헌법재판소 결정이 대법원이 발표한 등록기준지인구를 감안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가족관계등록인구는 적어도 ‘기타 조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2:1 기준을 관철하면 3명을 뽑는 자치구가 있는 반면에, 광대한 면적의 6개 군(郡)에서 1명을 뽑는 경우도 생긴다. 국회의원은 법리적으로는 ‘국민의 대표’이지만, 단원제를 택한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는 ‘지역의 대표’다. 재판관 3인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지역 대표성 확보는 입법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헌재 결정 후 선거구가 통·폐합될 운명해 처한 국회의원들이 의견을 물어왔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3일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에서 고향투표제를 제안했다. 고향투표제(비거주 등록선거인 제도)는 서양식의 주민등록과 한국식의 가족관계등록을 혼합하여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유권자가 주민등록지 외의 등록기준지·출생지 중에서 선거구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 고향에 선거인으로 등록한 유권자는 고향에서 선거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몇 개의 이웃 시·군을 강제로 묶지 말고, 인구가 남아도는 대도시에서 선거인구가 모자라는 농어촌 고향으로 선거인을 꿔주자는 것이다. 일종의 ‘사이버 게리맨더링’이다.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다. 대도시의 낮은 투표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에 살지 않는 해외교포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는 것에 비하면 고향투표제가 더 지역관련성이 높다.
고향투표제 하에서는, 해당 국회의원지역구 밖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으로서 선거구 획정 이전에 일정 기간(조세특례제한법상 고향주택은 10년) 등재된 등록기준지 또는 출생지 구·시·군에 비거주선거인등록을 한 사람도 ‘등록선거인’으로서 선거권이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구국회의원 선거권자는 현행 2유형(주민등록자·국내거소신고인)에서 3유형(거주선거인·등록선거인·국내거소신고인)으로 바뀐다. 이 셋을 합친 ‘선거인구’를 가지고 선거구를 획정하면 평등선거 원칙도 지키면서 지역 대표성도 살릴 수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 선출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사전투표제 시행으로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고향투표제는 시행상 문제도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ICT의 발전이 법률과 제도를 바꿀 수 있다. 장애물을 뛰어넘는 방법을 찾아내고 우회로를 닦는 것이 상상력이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아련한 추억과 불타는 애향심의 대상이지만, 정의하기에 따라서는 법률용어가 될 수 있다. 조특법에 고향주택 양도소득세 특례제도가 있고, 일본에는 2009년부터 고향납세제가 시행 중이다. ‘이 세상에 순한 양은 없다’고 하지만, 을미년 새해에는 ‘순한 양’이 되어 ‘고향 3법’(고향투표제, 고향납세제, 고향투자제)을 줄기차게 주장해보려고 한다. (법률신문 2015. 1. 5.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