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 나의 생각
고향투표제 : 비거주 등록 선거인 제도

1.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의 조화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 2:1 기준을 제시한 헌법재판소 2014. 10. 30. 선고 2012헌마190등 결정이 몰고 온 파장은 깊고도 넓다. 이 기준을 관철하면 어떤 자치 구(區)는 국회의원 3명을 뽑고 어떤 곳은 6개 군(郡)에서 1명을 뽑게 된다. 국회의원은 법리적으로는 ‘국민의 대표’이지만, 단원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는 ‘지역의 대표’이다.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법리적인 것은 아니고 정치적인 현실론이지만, 2:1 기준은 지역 대표성을 현저히 약화시킨다. 이것이 헌재 재판관 3명 반대의견의 논거이다. 아무리 헌법상 ‘인구비례의 원칙에 따른 투표가치의 평등’이 중요하다고 해도, 지역 정서와 역사·전통이 다른 여러 군(郡)을 강제로 묶는 것, 그것도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뗐다 붙이는 것에 대한 농어촌·지방의 반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역 대표성 확보는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증원을 통해 하한인구를 줄이는 방안, ▶비례대표 축소로 지역구를 늘리는 방안, ▶소선거구제를 도농(都農) 복합 선거구로 바꾸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표의 등가성도 지키면서 지역 대표성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나는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직선거법 제25조 제1항은 선거구 획정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등록인구만이 유일한 기준이라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4조10)부터 개정해야 한다. 선진외국의 법제와 판례를, 그것도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한 상원 제도가 있는 나라(미국, 독일, 일본)의 선거구 인구 편차에 관한 판례를 단원제 국가인 우리나라에 그대로 계수(繼受)하면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것도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 사이의 어느 지점에 그 좌표가 위치해야 한다. 평등권이나 선거권도 마찬가지다.

2. 주민등록인구와 가족관계등록인구

우리나라에는 주민등록인구 외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구 호적법)에 따른 ‘가족관계등록인구’가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관계등록인구도 또 하나의 인구로 대접해야 한다. 지난 50년 압축 성장 과정에서 급격한 도시인구 집중을 경험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작년 10월의 헌재 결정이 이 점을 간과한 것이 아쉽다.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등기국)은 작년 9월 사상 최초로 가족관계등록인구를 발표했다. 이것이 헌재 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가족관계등록부도 전산화가 완료되었다. 전라남도의 경우 주민등록인구는 190만 2,350명이지만 가족관계등록인구는 485만 59명이다. 경상북도는 270만 3,929명 대 626만 6,724명이다. 서울은 1,012만명 대 978만명, 경기도는 1,233만명 대 586만명이다. 이는 지난 50여년에 걸친 압축성장의 결과로 산업화·도시화의 현대사가 만들어낸 한국적 특수성이다. 학업과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났으나 고향에 등록기준지(본적)를 그대로 둔 출향인의 애향심11)을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한 제도 설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깊이 고민해볼 문제이다. 국민의 대표인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는 공직선거법 제25조의 ‘인구’를 주민등록인구만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과 다르다. 가족관계등록인구는 적어도 공직선거법 제25조의 ‘기타 조건’에 속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주민등록이 가족관계등록보다 우월하다는 법리도 없다. 민법 제18조는 ‘주소(생활의 근거 되는 곳)는 동시에 두 곳 이상 있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처럼 서울과 지방을 오가면서 생활하는 사람은 민법상 주소가 두 곳이다. 그 중 한 곳에 주민등록을 하게 된다. 주민등록은 사실 행정목적을 위한 하나의 편의장치일 뿐이다.

3. 고향투표제 도입의 논거

가.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의 조화
고향투표제는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을 함께 고려하여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안이다. 유권자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제3의 ‘선거인구(選擧人口)’를 만드는 방안이다. 유권자가 주민등록지·등록기준지·출생지 중에서 선거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일종의 선거적(選擧籍) 제도이다.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종전처럼 주민등록지에서 투표하도록 하면 된다.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구·시·군 별로 ‘비거주선거인등록부’( = “등록선거인명부”)와 ‘선거인명부’( = 등록선거인 + 거주선거인 + 국내거소신고인)를 만들고, 이 셋을 합친 ‘선거인구’를 가지고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 평등선거 원칙도 지키면서 지역 대표성도 관철할 수 있다. 몇 개의 이웃 시·군을 강제로 묶지 말고, 인구가 남아도는 대도시에서 선거인구가 모자라는 농어촌 고향으로 선거인을 꿔주자는 것이다. 일종의 착한 ‘사이버 게리맨더링’이다. 나.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원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뽑는 게 당연하지만, 국회의원은 법적으로는 어차피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 어떻게 선출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 법률용어로서의 고향
누구에게나 고향은 아련한 추억과 불타는 애향심의 대상이지만, 정의하기에 따라서는 법률용어가 될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고향주택 양도소득세 특례제도가 있고, 일본에서는 2009년부터 고향납세제가 시행 중이다.

라. 민주주의원칙과 국민정서에 부합
유권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다. 지금 선거법은 주민등록지로 강제하고 있으나, 고향투표제는 국회의원 선거에 한해서 유권자에게 주소, 본적 중에서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나는 유권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민원이 있으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잘 모르고 해서 고향 국회의원을 찾아간다. 고향이 있는 사람은 명절 때 고향에 가듯이 고향에서 국회의원을 뽑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나도 고향에서 국회의원을 뽑고 싶다.

마. 투표율 제고
고향투표제는 대도시의 낮은 투표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도시지역 투표율은 너무 낮다.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 우리는 애향심이 남달라서 고향투표제를 시행하면 투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바. 합헌성
서양식의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한국식의 등록기준지(본적)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이 둘의 하이브리드 형으로 갈 것인지는 제도 선택의 문제이고, 위헌 시비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 해외교포에게도 선거권을 주고 있는데. 이에 비하면 고향투표제가 더 지역관련성이 높다고 본다. 역사와 전통이 다른 시·군 몇 개를 강제로 묶는 현행 제도가 오히려 문제다.

사.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ICT 활용 등록기준지·주민등록지·출생지는 모두 전산화되어 있다. 대법원의 등록기준지 전산화도 완료되었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처음 전국적으로 시행되어 위력을 발휘한 사전투표제가 있기 때문에 선거 때 고향에 굳이 가지 않고도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를 할 수 있다. 인구 5천만명의 우리나라에서 ‘선거구 선택제’를 실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고향투표제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선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선거관리 노하우가 뛰어난 우리나라에서나 가능한 제도다. 아. ‘1구·시·군 1국회의원’ 원칙에 근접
여러 이웃 시·군을 강제로 묶는 현 제도 하에서는 선거 때마다 소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인구가 적은 지역은 국회의원을 배출할 가능성이 낮아 열패감(劣敗感)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디까지나 ‘1구·시·군 1국회의원’ 원칙이 이상적이다. ▶주소-본적 복합형 등록선거인 제도를 도입하면 주민등록인구 12만명에 불과한 곳도 ‘선거인구’ 15만명의 독립 선거구가 될 수 있다. 발표자가 나서 자란 경북 예천군은 주민등록인구가 한때 16만명이었다가 현재는 4.5만명인데, 가족관계등록인구는 27만명이다. 이론적으로는 만약 출향인 중 50%만 고향투표를 신청한다면 독립선거구가 될 수도 있다.

자. 국회의원의 정치활동 방식 변화
고향투표제를 시행하면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사이버 선거인(選擧人)이 선출한 국회의원은 지역구 행사보다 국정에 더욱 전념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원래 국민의 대표여서 지역구 행사나 지역 공약에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차.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
선거운동도 확성기로 상징되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인터넷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제 선거운동도 인터넷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선거공보를 전국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어 후보자 선택권도 보장된다. 인터넷이 있고 선거공보가 출향유권자에게도 배달이 되기 때문에 현장 유세를 안 봐도 후보자를 판단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고향에서 뽑은 국회의원도 사실은 서울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출향인이니 출향인이 고향의 국회의원을 뽑는 데 참여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4. 구체적인 입법 방향12)등록선거인 제도의 입법 골자는 다음과 같다. 비거주 선거인 등록 제도를 신설합니다(공직선거법 제15조의2 신설). 해당 국회의원지역구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한 사람으로서 당해 국회의원지역구 안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족관계등록부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기간13)이상 등재한 등록기준지 또는 출생지를 둔 사람은 선거일 전 180일14)까지 구(자치구가 아닌 구를 포함한다)·시(구가 설치되지 아니한 시를 말한다)·군(이하 “구·시·군”이라 한다)의 장에게 비거주선거인 등록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다( = “등록선거인”). 비거주선거인 등록신청을 하려는 사람은 그 신청서에, 성명, 생년월일 및 성별, 주민등록지, 비거주선거인 등록신청의 원인이 된 등록기준지 또는 출생지를 기재하도록 하고, 비거주선거인 등록신청 절차 및 비거주선거인등록부의 작성 기타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국회의의원 선거권자는 현행 2가지( = 주민등록자 + 국내거소신고인)에서 3가지( = 거주선거인 + 등록선거인 + 국내거소신고인)가 된다(제15조 개정).

5. 맺음말

고향투표제는 외국에 없는 제도다. 사실은 고육지책으로 고안해낸 방안이다.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고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뒷받침을 받는 한국형 선거제를 통해 헌재가 던진 파장을 수습할 수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도시와 농어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선거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이다. ‘problem’은 앞에 장애물이 놓여 있다는 뜻이다.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방법을 찾아내고 새로운 우회로(迂廻路)를 닦는 것이 정치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다. 어떤 제도든 제도라는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5. 4. 1. 국회의원 황주홍 주최 ‘고향투표제’ 도입을 위한 입법 공청회 주제발표문)

 

 


10) 공직선거법 제4조(인구의 기준) 이 법에서 선거사무관리의 기준이 되는 인구는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표와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내거소신고대장에 따라 조사한 국민의 최근 인구통계에 의한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에서는 제15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선거권이 있는 외국인의 수를 포함한다.

11) 인간은 왜 고향을 그리워하는가? ‘인간의 뇌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 시기의 뇌는 젖은 찰흙 같아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자유자재로 주물러지고 변형된다. 인간은 약 10년까지 유지되는 ‘결정적 시기’에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뇌 구조가 완성된다. 시골에서 성장한 뇌는 시골에 최적화된 뇌를 가지게 된다. 고향이란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희망을 만든 원인, 바로 그 자체이다. 그런 곳을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가 고향을 떠난 진정한 이유는 어쩌면 다시 돌아가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대식, 『빅 퀘스천』에서 요약.

12) 별첨 공직선거법 개정안 신구조문대비표 참조.

13)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 등록기준지는 아무 곳에나 둘 수 있다. 특정 후보자를 위해 선거구를 쇼핑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선거구 획정 이전에 일정 기간(조세특례제한법상 고향주택은 10년)을 정해두면 된다.

14) 총선 5개월 전에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을 전제로 180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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