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는 사법시험 2차 논술식 시험과목에 ‘국민윤리’가 들어 있었다. 법학 분야 7개 과목과 함께 1/8의 비중을 차지하여 당락을 좌우할 수 있었다. 주요 내용은 공산주의이론 비판과 남북통일 문제였다. 제법 글솜씨가 있었던 나에게는 고득점 과목이었다.
1984년 사법연수원을 다닐 때 고시잡지에 예상문제 모범답안을 게재하였는데, 그 제목이 ‘민족통일의 당위성’이었다. 그 때 나는 당시에 흔히 통일의 당위성으로 논의되는 민족사적 요청, 인도주의적 요청, 국가발전적 요청, 국제정치적 요청 외에 다음과 같은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한 바 있다.
“통일은 과거의 회복이 아니라 현상타파적 창조이므로 그것을 성취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 내지 당위성이 과학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북한동포를 포함한 한민족 전체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하여 보다 나은 민족사회를 건설한다는 접근 속에서 통일의 당위성 논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곧 민족성원 모두의 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사회이다. 남한의 이념과 체제가 북한의 그것보다 민족성원의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우월성에 대한 자신감을 우선 확보하고 그 다음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북한지역에 삼투(滲透)시켜야 한다는 민족애의 발로가 통일의 당위성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그들을 통합하고 확산해야 할 민주질서의 그 무엇을 남한에서부터 실천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족 전체로 확산할 필요에서 통일논리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통일준비체제의 수립을 통하여 단계적으로 통일이라는 미래에 접근해 가야 할 것이다.”
1984년 이후 30년이 지난 2015년, 별로 달라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