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북특사단에게 말하기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법률가로서 나의 관심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법률용어 해석에 관한 대법원판례는 이렇다.
“법령 자체에 그 법령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定義)나 포섭의 구체적인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그 용어가 사용된 법령 조항의 해석은 그 법령의 전반적인 체계와 취지․목적, 당해 조항의 규정 형식과 내용 및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도9538 판결).”
그런데 내가 보기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조건은 해석상 너무나 애매모호하다.
우리 법률가들이 흔히 말하는, ‘용어의 정의나 포섭의 구체적인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의 전형적인 예이다.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해석한다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주한미군 주둔, 한미연합사, 한미연합 군사훈련,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미국의 전략자산 수시 전개, 대한민국의 첨단 재래식 무기 등을,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은 대북 제재 해제, 북미 수교,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이행,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및 무력 불사용 공약, 북한 인권 문제 제기 중단, 경제적 보상 및 지원 등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가장 큰 문제는 비핵화 조건의 충족 여부는 도대체 누가 판단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제 해답은 나왔다.
따라서 4월 말 남북‘영수(領袖)’회담(북한에서는 ‘북남수뇌회담’이라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헌법정신에 비추어볼 때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남북영수회담’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확하다고 생각한다)에서는,
첫째, 애매모호한 비핵화 조건의 ‘정의와 포섭의 구체적인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둘째, 그 중 무엇무엇이 비핵화의 선이행 사항이고, 무엇무엇이 단계별 이행 사항이며, 무엇무엇이 동시이행 사항인지를 분명하게 확정한 다음, 계약금, 중도금, 잔금 식으로 그 구체적인 일정에 합의해야 한다.
셋째, 우리는 이렇게 역제의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겠다.”
북한이 이런 역제안을 받아들일 때만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2018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