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변론을 종결한 ‘방송3법’ 관련 2023헌라2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과 쟁점이 동일합니다만, 이 사건 법률안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파급력은 사실 방송3법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노사문제의 근간을 건드리는 중요한 입법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근본적인 노동개혁과는 거리가 먼, 거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아주 편파적인 입법입니다.
○ 이 사건 법률안의 내용을 먼저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❶사용자 범위의 확대입니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안 제2호 제2호 후단 신설),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이 가능해집니다.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 개념에 관한 대법원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법률가의 눈으로 보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이라는 문언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습니다.
둘째는 ❷노동쟁의의 대상 확대입니다.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즉 이익분쟁에서 더 나아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즉 권리분쟁으로 확대하자는 것입니다(안 제2조 제5호 전단 개정). 그렇게 되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나 단체협약 불이행에 대해서도 쟁의가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구 노동쟁의조정법으로 돌아간 것으로서 노사간 자율 교섭을 통해 분쟁을 조기 해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지만, 법적 구제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을 쟁의행위를 통해 해결하도록 함으로써 노사갈등 비용이 증가하고 불필요한 쟁의행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론도 있습니다.
셋째로 ❸쟁의행위 관련 공동불법행위에서 배상의무자별 개별 책임을 묻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일명 노란봉투법입니다.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입니다(안 제3조 제2항 신설). 특별법을 통하여 노동3권 보호를 위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액 보전방법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지만, ▲불법행위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현행 민법 제760조 제1항의 손해배상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비교법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가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민법 제760조 제2항은 ‘수인의 행위 중 어느 자의 행위가 그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대로 하면 사실상 입증책임이 전환된다는 반대론이 있습니다.
넷째로, ❹신원보증인 책임 제한입니다.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입니다(안 제3조 제3항 신설). 이런 예외를 왜 두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헌법·민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입법이라는 점, 현행 노동조합법의 다른 조항 및 관련 제도 전반과의 정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 노사관계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들어 개정안 전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개진하였습니다. 민법과 신원보증법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노란봉투법 부분에 대해, 위법한 노조활동으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민법 체계 및 형평과 정의에 반한다고 하여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작 이 사건 법률안을 재판규범으로 삼아 구체적인 사건에서 적용할 사법부의 법원행정처는 국회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하여 사실상 의견개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법률안의 심사 경위를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2022년
11. 17. 환노위,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공청회
11. 30.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와의 합의 없이 표결로써 안건 상정
-12/7, 12/26 법안심사소위
2023년
2. 15.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위원회
-정부측 반대에도 위원회대안 의결(5:3)
2. 17. 환노위 안건조정위원회(4:2) 15분 (갑1)
-민주당 이학영(=위원장)·이수진(비)·전용기, 정의당 이은주, 국민의힘 임이자·김형동
-12건의 법률안, 1건의 청원 및 법률안(대안) 총 13건을 일괄상정
-임이자·김형동 위원이 회의공개요구 의사진행발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
-토론 없이 위 대안을 바로 조정안으로 의결
2. 21. 환노위(위원장: 민주당 전해철) (갑2)
-12건의 법률안, 1건의 청원 및 법률안(대안) 총 13건을 일괄상정
-토론도 없이 거수 표결→법사위 회부
3. 27. 법사위 전체회의(갑4)
-회부일부터 35일
-상정안건 78건 중 26항으로 상정하여 전문위원 보고 받고, 노동부차관 상대로 여·야 토론(150분)
-조정훈 위원, ‘제2소위에 회부해서 위헌 여부, 다른 법률과의 정합성을 아주 세세하게 논의해야 한다. 본회의 직회부는 안 된다’고 발언
-법사위원장이 법무부, 법원행정처, 법제처 관계자를 출석시켜서 전체회의에서 계속 논의하자고 하여 속행
4. 26. 법사위 전체회의(갑5)
-상정안건 71건 중 71항으로 상정하여 체계정합성 심사를 계속하려고 하였으나 즉시 의결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퇴장하여 심사 무산
-고용노동부차관, 법원행정처차장, 법제처장,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출석했으나 문답 못함
5. 24. 환노위,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상정 및 단독가결
-국회법 제86조 제3항 단서
5. 30. 국민의힘 법사위원 6인, 5/25자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가처분 신청
6. 30. 국회 본회의, 본회의부의의 건 가결
○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서 정한 ‘이유 없이’란, 바로 ‘정당한 사유가 없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입니다. 정당한 사유의 유무를 불문하고 법사위 회부 60일이 경과하면 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목적과 기능,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제도의 입법취지 및 위 제도가 헌법과 국회법을 비롯한 전체 국가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그 동안 국회 입법과정의 관행, ▲다른 법률안들에 대한 법사위의 심사 경위와 관행, 당해 법률안의 내용과 중요성, ▲당해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의 필요성과 그 정도 및 그에 대한 심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기간 등을 비롯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 현재 법사위 제2소위에 계류 중인 다수의 법률안을 보면 60일 이상 동안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법률안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법률안의 신속처리가 필요하면 국회법 제85조의2의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 트랙 제도를 활용하면 됩니다. 패스트 트랙에 올리면 이유 유무를 불문하고 법사위 심사기간이 90일입니다.
○ 이 사건과 같이 적어도 ▲법률안에 헌법적 및 법체계상 문제점이 실제로 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체계심사를 계속 하고 있는 중일 때에는 본회의 직회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사건 법률안은 ▲형식적으로 보면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노동조합법 일부를 개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법률안 내용이 모두 재판규범에 대한 것이어서 법사위 고유 법안이나 진배없는 내용입니다. 형사처벌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법사위의 체계심사가 더욱 더 필요합니다. 법사위 전체회의 또는 제2소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만이 아니라 민법의 소관부처인 법무부, 법제처, 그리고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전문가를 불러놓고 하나하나 따지고 토론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입니다. 법사위가 그런 절차를 거치려고 했으나 다수당의 퇴장으로 무산되었고, 이렇게 본회의에 직회부되고 말았습니다.
○ 이상 말씀 드린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법률안은 법사위가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은 법률안이 결코 아닙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법사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60일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2023. 5. 24.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가결·선포하였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2023. 6. 30.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의 건을 가결·선포하였습니다. 이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법사위원인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 따라서 청구취지와 같이 각 심의표결권 침해의 확인과 각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 결정을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