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재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이루어진 전원합의체와 대법관 4인씩으로 이루어진 3개의 소부에서 이루어진다.
제18대 국회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상고심제도의 개혁과 관련하여 대법관 증원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법원소위는 대법원의 권리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현재의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것은 그 효과도 의문이려니와 전원합의체를 통한 정책법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원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였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을 50명으로 증원하자고 제안하였다.
사실심 재판부의 양적 증대와 사건 수의 증가 추세에 비추어 12명의 대법관으로는 재판연구관의 도움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날로 늘어나는 상고사건을 신중하게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헌법상 최고법원(헌법 제101조 제2항)으로서 정책법원이어야 할 대법원이 모든 사건의 권리구제에 충실하고 3심제를 모두 보장하여야 한다는 것은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최고법원의 기능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어느 입장도 일리가 있고 장단점이 있다.
국회나 행정부에서 나서서 상고심 재판을 직접 담당하고 있고 상고심 구조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일방통행 식으로 대법관 증원안을 관철하려고 한 것은 애당초 권력분립의 원칙상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 대신에 전국의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두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방안도 과거에 실패한 상고허가제도와 현재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심리불속행제도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담보할 수 없다.
세상사에는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각기 장단점이 있는 어느 제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대개 어느 제도든 이는 선택의 문제로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고심 제도의 개선 문제에서도 어느 방안을 채택하더라도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립하는 양 입장을 서로 절충하고 타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정치의 본령은 갈등의 증폭이 아니라 갈등의 해소와 타협에 있다고 생각한다.
상고심 제도에 대한 논란도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서 타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헌법 제102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법원에 대법관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헌법규정에 따라 상반되는 양 입장을 절충할 수 있다.
현재의 대법관 수 12명은 그대로 유지하되, 대법관 1인과 대법관 아닌 대법원판사 2인으로 12개의 소부를 구성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이원화 방안이야말로 정책법원형과 권리구제형 사이에서 균형을 꾀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타협방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