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방향
퇴임 대법관의 진로

종래 대법관을 퇴임하면 대개는 로펌 변호사로 전직하거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였지만, 최근 들어와 대학교수로 전직하여 후진을 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관예우 논란을 의식하여 퇴임 후 일정 기간 동안 변호사를 하지 않은 분도 있다.
최초의 여성대법관으로서 그 소임을 다하고 대법원에 소수자 보호라는 과제를 남기고 떠난 김영란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언론으로부터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칭송을 받았다. 김 대법관은 잠시 학계에 몸담았다가 국민권익위원장이 되었다.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도 2011년 퇴임 후 변호사개업을 하지 않고 로스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대법관 퇴임 후 로스쿨에서 후진 양성을 하는 분도 소수 있었고, 인사청문회에서 일찌감치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분도 있었다. 앞으로는 퇴임 후 국선전담변호사가 되겠다고 하는 분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는 퇴임 후 다시 법관이 되어 소액재판을 전담하는 판사로 정년까지 일하겠다고 하는 분도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칭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지금 국민들이나 언론이 변호사 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어서 씁쓸하다.
변호사 출신 정치인을 ‘율사’ 출신이라고 폄하하고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많은 정당을 빗대어 ‘로펌당’이라고 비하하는 현실과 일맥상통한다.
대법관을 지낸 분이 세속적인 돈벌이에 나서지 않고 그 경험과 경륜을 살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대법관 퇴임 후 공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한 현재로서는 연부역강한 퇴임 대법관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변호사가 되어 어떻게 활동하느냐 하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에서 억울한 결론에 직면한 국민들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경험과 역량에 최후적으로 기대어 자신의 권리를 종국적으로 구제받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이해관계의 발로이자 인지상정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심 사건에서 법률가로서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 합당한 정당한 보수만을 받는다면, 그것이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의 사명을 다하는 일인 이상, 그러한 활동이 경원시되어서는 안 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하는 일에 비하여 과다한 보수를 받는다면 그것을 시정하면 되는 것이지, 변호사 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대법관 퇴임자의 다양한 분야 진출은 사실 법조인의 역할 확대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변호사 수의 급증에 따라 변호사의 활동범위는 각 분야로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정계에도 전례 없이 많은 수의 변호사가 진출하였으며, 로스쿨의 교수와 기업의 사내변호사 및 고위공무원으로 대거 진출하는 등 변호사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추세에 따라 대법관 출신도 직역이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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