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있었던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은,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유지하되, 사법경찰관의 수사개시권도 인정하는 것으로 봉합하면서 일단락되었다.
다만, 개정 전의 형사소송법에는 ‘검사 지휘에 관한 세부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조항’ 자체가 없었는데, 정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 지휘에 관한 세부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하는 조항을 정부합의안으로 넣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도 정부합의안과 같이 의결하였는데,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법무부령’ 부분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심사 과정에서 ‘대통령령’으로 변경되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렇게 세부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바람에 그 후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극심하였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형사절차법정주의 하에서 수사지휘권의 범위는 당연히 기본법인 형사소송법에 규정하여야 하고, 그 세부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에서 구체적인 위임이 없더라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법원규칙인 「형사소송규칙」으로 소송절차에 관하여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할 수 있다.
또한 그 동안 형사절차 중 사법경찰관의 수사에 관한 세부사항은 형사소송법의 위임 없이도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등 법무부령으로 규율해 왔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형사소송법상 보장되어 있다면 그 세부사항은 형사소송법의 위임 없이도 법무부령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애당초 ‘검사 지휘에 관한 세부사항을 법무부령에 위임하는 조항’은 법체계상 형사소송법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조문이었다.
법체계상 정부합의안이 근본적으로 문제였던 것이다.
아직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미결인 채 남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무엇이 국민의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가, 무엇이 법치주의의 내실화에 기여하며 국민의 인권 보장에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서 해결하여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기관이기주의적 입장에 치우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각국의 입법례가 워낙 다양하고 국제기준도 명확하지 않지만, 선진법치국가의 사례를 면밀하게 조사․검토하여 문제 해결에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형사소송법은 검찰과 사법경찰에 대해 원칙적 협력관계와 예외적인 지휘관계를 규정하여, 사법경찰의 수사권을 제1차적인 것으로 하고, 검찰의 수사권은 제2차적․보정적(補正的)인 것으로 하고 있다.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수사에 대한 책임을 명확화하기 위해 그렇게 규정하였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물론 경찰의 민주화와 지방화가 전제되어 있다.
일반범죄의 경우 경찰 수사는 사실적 요소가 강하고 검찰 수사는 법률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에, 양자의 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검사제도가 수사에서의 국민의 인권 보장과 적법절차의 실현이라는 법치국가적 요청에 근거한 제도임을 감안할 때 검사의 보정작용(補正作用)이 보장되도록 하는 정치로서 검찰의 보충적인 수사지휘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군사법원법은 검찰과 사법경찰의 관계를 원칙적으로 ‘분업적 협력관계’로 규정하고 있는데, 수사권 조정의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