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과 인권보장
존속살인죄 폐지는 시기상조

형법은 일반살인에 대해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면서 별도로 존속살인죄를 두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중 처벌하는 존속살해죄를 별도로 규정하는 것이 법리적·정책적으로 타당한지와 관련하여 본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순수하게 법리적․학문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여, 존속살해죄가 비교법적으로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라거나 비속(卑屬) 신분에 따른 차별대우 규정이라거나, 또는 법과 도덕을 준별하여야 한다거나, 존속살해죄를 폐지하더라도 직계비속의 폐륜성은 법관의 양형과정에서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는 등의 학계의 논의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그러나, 존속살해죄의 존폐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계기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형법학계의 전문가적인 입장에만 치중하여 갑자기 존속살해죄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견해도 있는 반면에, 효와 조상숭배를 인륜의 근본으로 삼는 유교적 전통과 도덕에 부합하는 입법으로서 존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여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형법의 가중처벌의 정도가 극단적으로 균형을 잃은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존속살해죄를 굳이 폐지할 실익 자체가 없다.
즉, 형법 제정 당시의 형법 제250조 제2항은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하여 일반살인죄에 비해 가중처벌의 정도가 문제 될 수 있었지만, 다행히 형법 제250조 제2항은 1995년 12월 29일 법률 제5059호로 개정되어 현재는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이미 완화되어 있다.
헌법재판소 2002. 3. 28. 선고 2000헌바53 결정은, 존속상해치사죄(제259조 제2항)에 관한 사건에서,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부분을 이루고 있는 가치질서로서 비속이라는 지위에 의한 가중처벌의 이유와 그 정도의 타당성 등에 비추어 그 차별적 취급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여 위헌론을 배척한 바 있다.
폐지론자들은 일본과 독일과 같이 존속살해죄를 두었다가 폐지한 사례를 들고 있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아르헨티나와 같이 가중처벌을 하는 나라도 있다.
나아가 존속살해죄의 존치로 인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실무 사례도 발생한 바 없다.
이와 같이 존속살해죄의 폐지라는 것이 법리적인 측면 외에는 그다지 실익이 없음에도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그것이 국민감정에 미치는 영향과 상징성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
존속살해죄의 폐지가 선진형법의 척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민감한 사안은 학문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여론에 대한 설득 작업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절차를 밟은 다음 신중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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