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공소가 제기된 후의 검찰 보관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등사 신청권에 대하여, 개시(開示)의 대상을 검사가 신청할 예정인 증거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까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증거개시를 원칙으로 하여, 검사는 열람·등사신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열람·등사를 허용해야 하고, 예외적으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으며, 열람·등사를 제한할 경우에도 지체 없이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또한 변호인의 열람·등사신청권이 형해화하지 않게 검사의 열람·등사거부에 대하여는 수소법원에 열람․등사허용명령을 신청하도록 불복절차도 마련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그런데 재판실무상 첨예하게 유무죄가 다투어지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열람․등사의 과도한 제한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및 변호인의 변론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하여 변호인․피고인에게도 이용하게 하는 것이 상당한 수사기록은 소송당사자가 공통으로 이용해야 할 중요한 국가의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증거개시를 전향적으로 운용하여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구조는 이제 실질적으로 사실상의 당사자주의 구조를 취하고 있으므로 증거개시의 범위를 가급적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검찰 측 증인에 대한 접근이나 왜곡의 우려가 현실적으로 심각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검찰의 권한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화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변호인의 충실한 변론 활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비로소 균형이 유지되고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증거개시제도의 입법과정에서는 법원과 검찰의 대립이 문제되었지만, 이제 증거개시의 실무에서는 변호인․피고인과 법원․검찰의 대립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법이 정한 기준에 대해 대법원의 판례가 정립될 기회가 적은 제도일수록 실무 운용에 있어서 형사사법 담당자의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공정하고 엄밀한 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와 상호 협조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수사나 재판 정보는 공공재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증거개시제도의 진정한 의미와 취지를 인식하고 실제 실무 운용에 필요한 최적의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여 실무에 적절히 적용함으로써 형사사법에 대한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및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증거개시제도가 실무에 정착하도록 공동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