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피고인 측에게 알려져 합의를 위한 연락이나 협박 등이 발생하여 피해자가 법원 직원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 위반으로 진정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같은 법 제21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은 피해자의 주소·연령·직업·용모 기타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타인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타인’에 변호인·피고인이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된다.
‘기소 후 검찰 보관 기록’에 관해서는 특수매체(비디오테이프 등)에 대한 등사를 필요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하고 있고(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제6항), 법원은 기소 후 검찰 보관 기록에 대하여 열람·등사허용결정을 할 때 열람·등사의 시기·방법을 지정하거나 조건·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2항 제2문), 별문제가 없으나, 형사소송법 제35조에 의하여 보장된 변호인·피고인의 ‘법원 보관 형사기록’(공판기록 및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규정이 없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소정의 비디오중계장치에 의한 비밀증언을 기록한 매체도 무제한 열람·등사할 수 있는지 해석상 논란이 있다.
재판 실무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5조에도 불구하고 열람·등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예도 있으나, 재판장의 소송지휘권 발동으로 그러한 조치가 가능한지 논란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변호인의 방어권·변론권과 피해자의 보호라는 상충하는 이익을 조화시키는 방향에서 법원 보관 형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일정한 경우에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법률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대법원규칙을 개정하여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법원 보관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복사)에 관하여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법원규칙인 「재판기록 열람·등사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르고(동 규칙 제3조), 재판장은 기록의 열람·복사에 관하여 그 일시, 장소를 지정할 수 있다(동 제6조 제4항)고 규정하고 있는바, 예컨대 진술조서의 진술자의 주소, 전화번호 기재 부분을 변호인에게는 등사하도록 허용하면서 그 부분의 복제를 피고인에게 열람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재판기록 열람·등사규칙」제6조 제4항에 ‘방법의 지정’을 가능하도록 개정하거나, 형사소송규칙 제38조의2 제1항(재판장은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 보호 또는 신변에 대한 위해 방지 등을 위하여 공판정 심리를 기록한 영상녹화물의 사본교부를 불허하거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의 예에서 보듯이, 형사소송규칙에 열람·등사제한사유를 규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