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과 인권보장
피해자의 절차참여권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6 제5항은 피의자심문을 하는 판사는 구속 여부의 판단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심문장소에 출석한 피해자를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법원규칙을 통하여 피해자의 진술권을 보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심문기일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가 심문장소에 출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위 제도는 잘 활용되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은 2009년부터 검찰과 협의를 거쳐 피의자심문절차에 참석을 원하는 피해자에 미리 심문기일을 알려주어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 동안 피의자․피고인의 인권 보장에 주안을 두고 법제와 실무가 움직여 왔다.
요즘은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절차참여권을 확대 보장하는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공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권 및 기록 열람·등사권을 인정하고 있으나(제294조의2, 제294조의4), 실무적․제도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피해자의 위임을 받은 변호사에게도 기록 열람·등사권이 인정되나(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피해자의 위임을 변호사의 공판정에서의 진술권은 법의 공백 상태로 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는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그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여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그 밖에 당해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는 피해자가 개인인 경우만 상정하고 있어, 피해자가 법인인 경우, 피해자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임직원)이나 변호사에게 진술신청권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경제범죄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피고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대부분 기업체인데, 당해 피해기업의 대리인인 임직원이나 변호사가 공판절차에 참여할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공판검사가 아무리 실효성 있게 대처하더라도, 공판이 피해자 측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따라서 법인이 피해자인 경우 법인의 대리인의 법정 진술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법률 개정 전이라도 피해자 보호의 취지에 따라 이를 전향적으로 해석하여 피해자의 임직원이나 변호사의 진술 신청을 적극 허가함으로써, 공판절차에서 정식 증인은 아니더라도, 피해자 대리인 자격으로 출석하여, 구술이나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 및 그에 관한 의견, 피해의 정도 및 결과를 진술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는 방향으로 재판 실무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법률 개정 전이라도,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6 제5항의 예에서 보듯이, 먼저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통하여 법률의 공백이나 미비점을 보완하여 운영하여 본 다음 그 성과를 보아 법률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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