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과 인권보장
임의동행의 적법요건

대법원은 2006년 7월 6일 이른바 임의동행의 적법요건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과 함께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에 출석하였다가 긴급체포된 후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빠져나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도주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에서 나온 판결이다.
수사절차상의 임의동행에 대해서는 임의수사설과 강제수사설 등의 견해 대립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하는 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수사관서에 동행했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임의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함으로써, 피의자에 대한 임의동행의 적법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헌법상의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1997년부터 수사의 필요성에 따라 체포영장 및 긴급체포제도를 도입한 이상, 대법원이 제시하는 기준으로 임의동행을 엄격히 제한 해석하더라도 수사 공백의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수사 목적이나 필요성 또는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일선 수사실무에서 잔존하고 있는 탈법 임의동행이 사라지도록 실천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일선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수사실무 종사자들의 인권의식을 고양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동안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강제처분과 관련하여 인권 신장에 기여하는 괄목할 만한 판결을 꾸준히 내려왔다고 평가된다.
이 판결도 우리 인권사에 획기적인 판결로 자리 매김 되고, 나아가 이른바 ‘정신적 사회간접자본’으로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판결로 기억될 것이다.
사법부의 본령은 뭐니 뭐니 해도 결국 피의자나 피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인권 보장적 기능에 있음을 깊이 유념하여,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신장시키는 신선한 판결을 계속하여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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