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과 인권보장
긴급체포

법원과 검찰 사이에는 임의출석한 참고인 등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문제를 놓고 견해 차이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후단은,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과연 임의출석한 참고인이나 피의자를 조사 단계에서 긴급체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해석상 매우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97년 긴급체포제도가 시행된 이래, 긴급체포의 위법을 이유로 한 구속영장의 기각에 대하여 검사는 영장 재청구를 통하여 다시 판단을 받는 외에는 최고법원의 사법 판단을 받을 길이 사실상 없었다.
이 점에서 입법적인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재정신청사건에서,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한하여 그 긴급체포는 위법한 체포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3. 27.자 2002모81 결정 등 참조).
주거불명이거나 출석불응한 자에 대하여 소재수사 중 우연히 발견한 경우에는 견해 차이가 없지만, 실무상 수사기관 입장에서 긴급성이 있다고 해석하자고 주장하는 경우는, 첫째, 수사기관이 미리 확실하게 예정․예상할 수 없는 사정에 의하여 피의자가 중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함에 충분한 이유가 인정되고 동시에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강하다고 판명된 경우와, 둘째,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알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확실해져서 피의자의 도망 또는 증거인멸 염려가 비약적으로 강하여진 경우를 들 수 있다.
임의출석한 피의자가 수사 도중에 퇴거를 요청하거나,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에 의하여 피의자를 수사하던 도중 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증거를 갖추게 되었는데 그를 돌려보내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영장을 청구하고 영장 발부 여부 결정시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이상 그 동안의 신병확보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상, 결국은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염려라는 구속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사실상 긴급성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것이므로,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로서는 긴급성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구속사유 판단에 흡수시켜 영장을 기각하거나 발부하는 방식으로 실무 처리를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위법한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때 판사가 긴급체포의 위법을 간과하거나 또는 무시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경우에도 긴급체포의 위법은 적부심청구 사유가 될지언정 구금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장주의 하에서 긴급체포는 예외적인 체포이므로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에 한하여 행하여야 하며, 체포영장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긴급체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긴급체포는 피의자의 연령, 경력, 범죄성향이나 범죄의 경중, 태양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인권의 침해가 없도록 신중히 활용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긴급체포는 사후통제장치 없이 너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므로, 사회통념에 비추어 체포영장을 청구할 시간적 여유가 있어 영장에 의한 체포절차를 밟거나 미체포 구속영장 청구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긴급체포를 하는 그릇된 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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